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핫도그가 나를 부른다

by Carroty

각종 구움 과자를 구웠다. 계란빵, 호두과자, 땅콩과자. 핫케이크 믹스의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마치 제과제빵 실기시험이라도 치르는 것처럼 정신이 없었다.


또 꿈이었다. 내가 깨어난 걸 보고 남편이 '명랑핫도그 사러 갈래?'라고 물었다. 10분 걷기도 할 수 있고, 핫도그도 먹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다이어트고 나발이고, 오늘은 핫도그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다.


핫도그를 기다리면서 옆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먹고 싶었던 마늘빵도 샀다. 그 옆옆 카페에서 커피도 주문했다. 양손 가득 먹거리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 어느 때보다 풍족했다. 핫도그 하나와 마늘빵 두 개로 점심을 대신했다. 내내 먹지 못해서 끙끙거리던 음식이었는데, 배가 부르니 남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남은 마늘빵 세 개는 지퍼백에 넣어서 냉동실에 보관했다. 이전의 나는 그 빵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배가 불러도 억지로 입에 넣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배부른 상태에서 과하게 먹으면, 이미 맛있게 먹어서 좋은 기분을 해칠 것 같았다.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에게는 치팅 데이라는 말이 있다. 하루쯤 먹고 싶은 것을 양껏 먹는 날이다. 나는 그걸 '치팅 밀(meal)'로 줄였다. 토요일 점심 한 끼,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나와의 협상은 이렇게 좋은 타협점을 찾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대신 다른 날은 가급적이면 한식위주로 먹을 예정이다. 이렇게 먹으면 안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조금은, 자유로워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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