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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내 몸과의 대화

by Carroty

두 달 전, 하루 10분 걷기로 시작한 산책이 기본 30분이 되었다. 반려견 봄비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봄비는 공원 가는 것을 좋아했고, 공원에 가면 빨라야 50분이었다. 나를 위해 시작한 걷기는 봄비를 위한 걷기가 되었고, 이제는 봄비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다. 추석연휴 내내 비가 와서 봄비는 많이 우울했을 것이다. 비가 오지 않을 때를 살펴 후다닥 다녀올 때도 있었지만, 이틀 연속 나가지 못하고 누워만 있을 때도 있었다. 남편이 실내 활동을 많이 시켜줬지만,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3권을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예약 도서가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분명 한 달 전만 해도 힘들었던 도서관 나들이가 집 앞에 잠시 나갔다 온 것처럼 산뜻했다. 매일 산책을 한 덕분에 체력이 좋아진 것 같았다. 슬퍼졌다. 이젠 운동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드디어 산책 이외에 운동을 더 해야 하는 때가 왔다. 내가 더 움직여야 다이어트 진도가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몸의 재촉같았다.


게다가 산책을 다녀온 뒤, 배가 고팠다. 점심을 먹은 지 3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다만, 항상 간식을 먹던 시간이었고, 몸이 그 공복을 정확히 기억한 것 같았다. 그래서 차전자피를 한 포 때려 넣고, 물을 잔뜩 마셨다. 거짓허기였다. 왠지 모를 배신감에 부들부들거렸지만, 그렇다고 내 위에게 나와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산책도 했고, 물로 배도 채웠겠다. 노곤노곤 해졌다. 몸은 정말 정직했다. 낮잠을 자고 싶었지만, 일어났다. 어제 낮잠을 잔 탓에 밤에 늦게 잠들어서 수면점수가 급격히 떨어진 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무심코 본능대로 하는 행동들이 다 연속적인 작용으로 이어져서 내가 원치 않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게다가 몸이 원한다고 해서 다 맞춰 줄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진짜 필요한 것인지 묻고 또 묻는 중이다. 내 몸과의 대화는 아직도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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