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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roty Oct 03. 2024

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비밀이야기, 첫번째날


설레임에 잠을 못 잔 탓인지, 공복혈당이 미친듯이 뛰었다.

최근 2주간 공복혈당과 체중을 기록해 본 결과, 8시간 미만으로 자면 공복혈당이 훅 뛴다.

그리고 체중도 같이 뛴다. 수면시간에 따라 수치들이 널뛰기를 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오늘은 대망의 다이어트 첫째날이다.

내가 설레는 마음으로 만들어둔 체크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 아침 공복 혈당 체크

□ 아침 공복 체중 체크

□ 아침 영양제 복용 (유산균 등)

□ 식후 영양제 복용 (비타민 C)

□ 한식 위주의 식사, 밥 1/2공기 *지연성 알러지 음식 피하기

□ 간식 : 맛밤 작은 봉지, 견과류, 단백질 음료 (마이밀 퓨로틴)

□ 하루 활동량 (피트니스 어플 기준 운동 40분) 채우기



지연성 알러지를 겪으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웬만한 단백질 음료는 말할 것도 없고, 콤부차에도 '우유'가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위에 기재해 둔 마이밀 퓨로틴에는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다.)


생수를 마시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나는 매일같이 콤부차를 마시고 살았는데,

이 또한 나의 복통의 원인일 수 있었다는 생각에 바로 건강티백으로 대체했다.

출근과 동시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습관을 따뜻한 차를 우려 마시는 것으로 바꿔나가기로 했다.



첫 끼니는 열정 넘치게 '꽈리꼬추 데리야끼 치킨 웜볼'



두번째 끼니는 남편이 해놓고 나간 '양배추부대찌개'와 올리브유에 구운 '두부 한 모'



지연성 알러지 덕분에 각종 과자와 빵류를 먹지 못하는 나는 회사 내 간식코너를 소 닭 보듯 봐야했는데,

(결국 과자나 아이스크림 중에서도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냈을 정도로 나는 먹는 것에 진심이다.)

약 6개월정도 그 생활을 반복하니 회사에서는 점심 이후에 공복감을 잘 느끼지 못한다.


문제는 집에 와서 이게 터져나온다는 것인데,

지난 주에는 집에 와서 남편이 해준 밥을 먹고 남편에게 물었다.

"오빠 치킨 먹을래?"

남편은 잠시 당황하더니,

"너 지금 배고픈거 아니야. 방금 밥 먹었는데 치킨은 아닌 것 같아. 아니야. 아니야."

마치 '아니야'를 주문처럼 외우더니 한시간만 고민해보라며 나를 침대에 고이 눕혔다.

그리고 나는 딱 한시간이 지나자 잠들었다.


피곤은 포만감을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느꼈다.

바쁜 일상 속에 점점 나 자신을 챙기지 못하고, 그것이 나의 건강을 해치고 나의 아름다움을 삼키고,

또다시 그 부분이 우울로 다가와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제 잘 잠들면 오늘 하루도 성공적으로 비밀을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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