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야기, 열번째날
몸무게는 상황에 따라서 옷을 입고 잴 때도 있고, 다 벗고 잴 때고 있다. 급박하면 옷 입고 나가기 전에 후다닥 재는 건데, 옷 무게가 생각보다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관성을 두지 않는 것은 약 1kg 내외의 변동값으로 일희일비하지 않기 위함이다.
내가 이전까지 다이어트를 할 때 몸무게에 집착하면 '꼭 공복일 때 화장실에 다녀와서 가장 적은 몸무게를 재야 해!'라는 이상한 집착에 사로잡힌다. 그러면 변기에 앉아서 결과물을 만날 때까지 힘을 주고 있는데, 이건 항문 건강에 매우 안 좋다. 그리고 치질수술은 굉장히 굴욕적이다.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다이어트에는 외출 직전의 상태든, 화장실을 가지 못한 상태든, 되는대로 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좀 들쑥날쑥한 편인데, 오늘은 옷을 입고 쟀다. 롱 스커트에 니트를 입은 상태로 측정한 거니, 약 600g 정도는 많이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남편과 집청소를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자체적으로 제공한 포상은 햄버거.
버거킹에서 와퍼주니어를 시켰는데, 주문할 때 알레르기정보를 표기하고 있어서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은 메뉴를 고를 수 있었다. 사이드는 후렌치 프라이를 과감히 포기하고 코울슬로를 시켰는데, 꽤 괜찮았다. 후렌치 프라이를 빼서 그런지, 식후 혈당도 크게 올라가지 않아서 햄버거도 겁먹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에는 계속 말썽이던 어깨를 해결하겠다고 병원에 다녀왔다. 엑스레이도 촬영하고, 의사 선생님이 팔을 들어보고, 돌려보시더니 이게 악화되면 오십견과 동일한 증상이 온다고 하셨다. 오십견이 반드시 오십 대에게만 생겨서 오십견이 아니라, 오십 대에 많이 생겨서 오십견이라고 하는 거라고 하는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주사치료를 받고, 물리치료를 하니 일시적으로 괜찮아진 것 같아 꾸준히 치료를 받아 볼 예정이다. 2-3개월 정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꾸준히 하면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저녁으로 제육볶음과 총각무, 배춧국을 먹었는데 식후 혈당이 미친 듯이 뛴 건 사진 속에 없는 '샤인머스켓'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4kg을 시켰던 샤인머스켓은 이제 끝이 보이는데, 감질나게 10알까지만 먹다가 폭주했더니 혈당이 200mg/dl이 넘어서 '뜨헉'했다. 당뇨에는 포도가 쥐약이라던데, 반송이를 호로록 먹어버린 나의 꿀돼지스러움을 반성한다.
요 며칠은 '쉼'에 집중했다. 바쁘게 사는 일상도 멋지고 좋지만,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몸과 마음이 망가지기 전에 돌봐야 하는데 자꾸 망가지고 나서야 그 심각함을 깨닫고 돌보려고 한다. 그래도 아주 다행인 건, 너무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알아차렸으니 일단 반은 성공한 거 아닐까. 주말까지 최대한 '건강한 휴식'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그간 도통 보기 힘들었던 종이책도 보고 산책도 좀 해볼까, 생각만으로도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