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 유방 검사 일기

병원에서 발견한 사랑의 온도

by 쑥자람

올해는 홀수년생 국가건강검진 해로 93년생인 나는 검진 대상자다. 마침 집앞에 새로 생긴 병원이 국가건강검진 기관이어서 아침에 눈 뜨자마자 슬리퍼를 끄시며 병원으로 향했다. 손에는 검진 끝나자마자 먹을 단백질쉐이크 하나를 든 채로.


그동안은 쭉 기본 검진만 했었는데 서른이 넘어가니 슬슬 추가 검진을 고민하게 됐다. 대개는 위 내시경, 대장 내시경 정도를 추가하는 터라 나도 그 두 개를 추가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엄마가 위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염, 위경련 등 자잘한 위 질환 한번 겪은 적이 없었고, 가끔 변비가 있을 뿐 똥도 예쁜 모양으로 잘 싸는 편이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고민한 건 유방 검사였다. 유방 질환은 여성에게 생기는 대표 질환이기도 하고, 갈수록 젊은 유방암 환자가 늘고 있다는 말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유방 검사로는 유방초음파와 유방촬영술 두 가지가 있다. 그중 유방촬영술은 여성들, 특히나 아직 유방촬영술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여성들에게는 듣기만 해도 얼굴이 일그러지고 괜스레 가슴에 손을 가져가게 되는 두려운 검사이다. 있는 가슴 없는 가슴 다 끌어 모아 차가운 철판 위에 납작하게 짜부라트린다는 후일담과 함께 무척이나 고통스럽다는 후기가 전해지기 때문이다. 피 뽑는 것조차 덜덜 떨 정도로 병원 관련해서 유독 겁쟁이가 되어 버리는 나는 유방촬영술까지는 용기가 나지 않아 유방초음파 검사만 추가했다.


안내를 따라 초음파실 베드에 누워 상의를 탈의하고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의사선생님을 기다렸다. 상의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는데도 춥기는커녕 서늘하게 알맞은 실내 온도와 솔솔 불어오는 에어컨 송풍이 기분 좋게 몸을 간질였다.


‘이대로 한숨 자면 너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데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의사 선생님은 말없이 가슴에 초음파 젤을 쭈욱 뿌리시더니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하셨다. 의사 선생님 오른손에 쥐어진 초음파 기계가 둥글게 가슴부터 겨드랑이 구석구석을 천천히 훑었고, 초음파 기계가 가슴 위에 멈춰 설 때면 의사 선생님 왼손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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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검사 시간이 길었다. 가슴 위에 초음파 기계가 멈춰 서는 빈도도 생각보다 많았다. 슬슬 불안해진 나는 감은 눈을 뜨고 화면을 응시했다. 화면이 멈출 때마다 직선과 함께 0.5cm, 2.3cm 등 숫자가 표시되었다. 누가 봐도 혹의 크기였다. 화면 속 직선과 숫자가 많아질수록 나른하게 안일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어서 빨리 초음파 검사실을 나가고 싶었다.


‘그만… 멈춰라… 빨리 끝나라!’


검사를 마치고 의사선생님께서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시며 말씀하셨다.


“물혹이 여러 개 보이는데 큰 이상은 없어요. 그런데 여기를 보시면 칼슘 성분이 보여요. 얘만 혹 뿌리처럼 아래로 하얀 색이 이어져 있죠? 심각한 건 아니고,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있다가 다시 한번 초음파 찍어보면 될 것 같아요.”


당장 큰 문제가 아니라는 말에 안심하면서도 한켠에 불안이 도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의심스러운 것이 내 몸에 있다는 두려움과 다음 초음파 때까지 뭔가가 나쁜 방향으로 진전되면 어쩌지 하는 염려. 두려움과 불안의 싹을 자르기 위해 서울에서 유방 치료로 유명하다는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한달 전쯤 해원이의 청첩장 모임에서 만난 다원이가 자기 경험과 함께 추천했던 병원이었다. 유명한 병원답게 당장 예약은 불가능했고, 2주 후로 진료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하루 하루 병원 진료가 가까워질수록 두 가지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별 일 아닐거야. 이건 안심하기 위한 추가 검진일 뿐이야.’

‘문제가 있는 거면 어쩌지?’


난소에 자리한 4cm 혹을 줄이기 위해 호르몬 약을 섭취하고 있는 여성 질환 환자라 또다른 여성 질환에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러다 하루는 문과의 통화 중 넘치는 불안이 입밖으로 흘러나와 버렸다.


“오빠, 나 병원 가는 거 무서운가봐. 진료날이 다가올수록 불안해지네.”


그렇게 툭 한 마디가 새어나왔을 뿐인데 수화기 너머 들려온 문의 말을 지금껏 잊을 수 없다.


“쑥이, 병원 같이 갈까?”


그 한마디가 뭐라고. 병원을 같이 가는 것과 검진 결과는 어떤 상관 관계가 없는데도 나는 ‘이상 소견 없음’ 결과를 받아든 사람처럼 순간 가뿐한 안도와 위로를 느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니이! 혼자 다녀올 수 있어! 그리고 거긴 여성 환자들만 오는 곳인데 여자들 사이 우리 오빠 혼자서 멀뚱멀뚱 앉아 있게 할 수는 없지!”


병원에 방문하기 전날 밤, 문은 무거운 백팩을 짊어지고 우리집으로 왔다. 집에 오자마자 가방에서 한 달치 단백질 쉐이크를 냉장고에 채워 넣고서 하는 말.


“쑥이 내일 병원 진료 몇 시지?”


다음날 병원 가는 길, 문은 내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줬다. 장마가 끝나고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었는데도 태양이 정점에 이르는 정오와 지면이 가장 뜨거운 한낮의 시간을 같이 걸어줬다. 그의 콧등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볼 때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일렁였다.


진료를 보는 동안 문은 병원 건물 1층 스타벅스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가방 여기 두고 다녀와.”


나는 짐을 문에게 맡긴 채 지난 검진에서 촬영한 초음파 CD와 소견서만 쏙 빼서 4층에 위치한 병원으로 올라갔다.


안내 데스크에서 설명을 듣고 진료 가운으로 환복을 한 후 안내를 따라 진료실로 들어갔다. 선생님께서는 기존에 촬영했던 내과는 유방 전문 기관이 아니다보니 진료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유방초음파와 유방촬영술 두 개를 찍어보자고 하셨다. 요즘 30대 젊은 유방 질환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찍어보는 게 좋다는 말을 덧붙이시면서.


아마 다른 병원이었더라면 ‘초음파 촬영분을 가져 왔는데 초음파를 또 해? 유방촬영술은 40대부터 권장한다던데 괜히 돈만 나가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병원 홈페이지와 환자들의 블로그 후기, 선생님의 방송 촬영분 등을 보며 원장님에 대한 신뢰도가 있었던 터라 고민없이 그러겠다고 했다.

먼저 촬영실로 안내를 받았다. 아무래도 가슴이 짜부되는 게 상당히 괴롭다는 후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터라 그렇지 않은 척 했지만 얼굴 가득 잔뜩 긴장이 서려 있었다.


“처음이시죠? 오른쪽 왼쪽 한 번씩 촬영할 거예요. 저희 병원은 그래도 안 아프게 촬영하는 편이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자세 잡아드릴 테니 그대로 계시면 금방 끝납니다.”


배우 표예진을 닮은 선생님께서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나를 안심시켜 주셨고, 나는 고분고분 선생님 말씀을 따라 몸을 선생님에게 맡겼다. 선생님은 내 팔과 가슴, 허리를 기계 위에 턱턱 올리시고는 “숨 참고 계세요.”라는 말과 함께 뚝딱 촬영을 끝내셨다.


잔뜩 겁먹었던 것과 달리 통증은 참을 만했다. 오히려 가슴이 이렇게까지 납작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투명한 판 위에 짜부되는 가슴을 보며 말랑말랑 밀가루 반죽 같다는 엉뚱한 상상을 했다.


다음은 초음파 촬영실로 안내 받았다. 초음파 촬영은 원장님께서 직접 하셨다. 초음파 촬영도 금세 끝났다. 지난 병원에서 촬영했을 때보다 절반 넘는 시간이 단축되었다. 진료가 빠르게 수월히 진행됨을 느끼며 안심했다. 병원 복도에서 원장님 결과 상담을 기다리며 생각했다.


‘다행히 별 문제 없나보네. 끝나고 오빠랑 뭐하고 놀까?’


별 문제 없어 보이는 분위기에 들뜬 순간,


“김은숙님~”

“네~”

“초음파랑 촬영 한번씩 더 하실게요. 조금만 대기해주세요~”

“…!?”


‘왜? 왜지? 뭐 문제 있나?’


얼른 진료를 마치고 놀러갈 생각에 들뜬 기분이 가득한 자리에 불안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오빠 나 초음파랑 촬영 한번씩 더 한대”

“오빠 오래 기다려야 할듯 ㅠㅠ”


문에게 메세지를 보내자마자 간호사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며 다시 유방 촬영실로 안내해주셨다. 배우 표예진을 닮은 선생님께서 아까 전의 웃는 얼굴로 맞아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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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석화화가 많이 보여서 추가 촬영을 좀 할게요. 이번에는 고 부분을 확대해서 촬영하는 거라 아까보다는 조금 더 통증이 느껴질 수 있어요.”


선생님 설명이 끝나고 나서 가운을 벗고는 크게 심호흡을 내쉬었다. 그리고 첫번째 촬영 때 했던 것처럼 몸을 선생님께 맡겼다. 첫번째 촬영은 가슴 전체를 촬영하는 거라 겨드랑이까지 고통이 분산되었다면 두번째 촬영은 유방을 집중 촬영하는 거라 확실히 고통이 집약적이었다. 하지만 금세 끝나는 거라 역시나 참을 만했다.

곧바로 유방 초음파실로 안내를 받았다. 이번엔 왼쪽 가슴만 초음파를 진행했다. 오른쪽 가슴에서 증상이 의심되는 혹이 발견되어 왼쪽도 다시 한번 보는 거라고 하셨다.


“미세석회 때문에 유방 촬영 한번 더 한 거래”

“초음파는 왼쪽만 추가로 봤음”

“오른쪽에 혹이 있대”


추가 검사를 마치고 원장님 결과 상담을 기다리는 동안 문에게 카톡으로 조잘조잘 경과를 이야기했다.


“미세석회화가 보이는 것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1년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촬영하면서 경과를 보면 되겠어요. 그런데 여기 보시면, 이게 내과에서 놓쳤던 건데 조직이 울퉁불퉁하고 비정상적인 경계를 가진 혹이 하나 보여요. 여기 보이는 물혹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모양이 찌그러진 요거는 조직검사로 한 번 볼 필요가 있겠어요. 오늘 가실 때 상담실에서 조직검사 일정 잡고 다음 내원 때 검사합시다.”


‘찌그러진 혹?’

‘조직검사?’


생각지도 못한 단어 조합에 머릿속이 하얗게 멍해졌다. 목에 깁스를 하신 간호사 선생님을 따라 상담실로 안내를 받았고, 조직검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조직검사는 바늘을 투입해서 해당 조직을 채취하는 검사예요. 마취크림 바르고 해당 부위에 국소마취 한 다음에 조직 채취하는 거라 검사 자체가 아프지는 않아요. 조직검사 끝나면 지혈해드릴 건데 압박붕대로 지혈한 채 귀가하셔야 하니까 헐렁한 티셔츠 입고 오시는 게 좋아요. 운전 보다는 대중교통 이용하시는 게 좋고요.”


선생님은 다른 환자들에게 몇 번이고 반복했을 말을 상냥한 얼굴로 빠르게 쏟아내셨다. 설명이 계속 될수록 내 얼굴은 사색이 되어갔다.


“저… 바늘은 어느 정도 크기예요?”

“별로 안 커요. 이 정도?”


선생님께서 종이 위에 작은 점 하나를 찍으며 말씀하셨다.


“검사는 몇 분 정도 소요되나요?”

“10분이면 끝나요.”

“… 많이 아픈가요?”

“별로 안 아파요. 마취 주사 들어갈 때 뻐근한 정도예요.”


가능한 가장 빠른 날짜로 조직검사 내원 일정을 잡고 병원을 나섰다. 문이 있는 카페로 내려가는 동안 놀란 마음을 한숨 내쉬며 진정시켰다. 다행히 늦게 온 엘레베이터 덕분에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겨우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카페 유리창으로 보이는 문이 이렇게나 반가울 줄 몰랐다. 카페 문을 열자마자 문은 고개를 훽 돌려 내쪽을 바라보았고, 수고했다며 등을 쓸어줬다. 나는 먼저 물 한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차분하게 의사 선생님께 들은 내용을 문에게 알려줬다. 차분하게 내 말을 듣던 문은, 내 말이 끝나자 차분하게 질문을 했다.


“미세석회화가 어떤 모양으로 있었어? 퍼져 있었어? 아니면 한쪽에 몰려 있었어?”

“전체에 넓게 퍼져 있었어. 무슨 별자리 보는 줄 알았어.”

“다행이다. 그게 뭉쳐 있으면 위험하대. 암세포가 자라면서 미세석회화를 만들어서, 석회화 알갱이들이 뭉칠 수 있거든. 퍼져 있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야.”


‘뭐지? 왜 잘 알고 있지?’


유방 질환 관련 지식을 쏟아내는 문이 신기해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니, 문은 핸드폰 화면을 내밀며 말했다.


“이것저것 검색해보고 있었어!”


추가 촬영 소식을 듣고 미세석회화, 유방 칼슘, 유방 혹 등을 검색하고 있었단다. 그러면서 내게 계속 질문을 했다.


“혹 모양이 어땠는지 기억나?”

“혹 주변에 미세석회화도 같이 보였어?”


그의 진지한 질문에, 나는 어물쩍대며 대답했다.


“혹 모양은 잘 기억 안 나. 메타몽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혹 주변에 하얀 알갱이는 없었던 것 같아… 잘 모르겠어.”


오히려 문과 이야기할수록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병원을 또 가야 해.”
“가슴을 바늘로 찌른대. 피도 나고, 지혈은 압박 붕대로 한다고 하더라… 하아…”
“10분이면 끝난다는데, 10분 동안 바늘이 몸 안에 있는 건가?”
“별 일 없겠지? 별 일 없을 거야. 나 어른이니까 잘 견딜 수 있어!”


아이처럼 징징대다 어른처럼 마음을 다잡기를 반복하는데 문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쑥이 고생 많았다! 고생했으니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지면이 가장 뜨겁던 한낮, 우리는 내리쬐는 햇빛 아래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하듯 그늘만 골라 걸었다. 병원 바로 뒤에 자리한, SNS에서 서울 3대 떡집으로 유명한 ‘압구정 공주떡’에서 흑임자 떡과 쑥 인절미를 구매하고, 내가 좋아하는 콩국수 맛집에서 콩국수도 먹었다. 평소라면 ‘정제 탄수화물이라며 떡 두 팩은 너무 많아’라며 말렸을 문이었지만, 이날만큼은 마음껏 먹으라 허락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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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문은 ‘쑥이, 두유 그만! 콩에 들어있는 이소플라본이 쑥이한테는 안 좋대’라며 두유를 못 먹게 하는 사람이라, 콩국수도 못 먹게 하는 게 당연했지만, 이날만큼은 콩국수도 맛있게 먹는 걸 허락해줬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쑥이 올해 마지막 콩국수야!”


마지막이라는 말에 나는 그릇까지 핥아먹을 기세로 싹싹 긁어먹었고, 문은 그런 나를 기특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우리 둘은 기절하듯 금세 잠들었고, 집에 돌아와서는 사이좋게 떡을 집어 먹으며 <문나이트>를 정주행했다. 병원에서의 걱정과 근심은 모두 잊은 채, 평소 주말 데이트처럼 한가롭고 시원한 시간을 보냈다.


그날 밤, 우리는 평소보다 일찍 침대에 누웠다. 나는 문의 팔을 베고 잘자라는 인사도 하기 전에 그의 품에서 선잠 들었다. 그 잠깐 동안 꿈을 꿨는데 엄마가 나왔다. 문과 하루종일 걸었던 모든 길, 병원에 가는 길부터 병원 1층 카페, 진료를 마치고 떡집에 가는 길, 콩국수를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까지… 그 모든 길에 문 대신 엄마가 있었다. 문이 있었던 자리에 엄마가 있었다.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는 딸이 걱정되었던 걸까? 병원에 같이 가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이었던 걸까? 위암 치료를 하며 전주와 서울을 수없이 오간 엄마였기에 진료 보러 가는 길을 같이 있어주고 싶었던 걸까?


“엄마….”


문이 나를 가만히 안고 있었다. 나는 문의 품에서 깼다.


‘엄마가 오빠에게 무척이나 고마워하겠다.’


‘오빠는 엄마가 보내준 선물인가 보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하루종일 옆을 지키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안 좋은 생각에 빠질 새 없이 함께해준 문이 한층 더 고마웠다.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다.


“오빠 고마워.”

“어? 쑥이 울었어?”

“아니거든? 오늘 고생했으니까 얼른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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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문은 내 손을 조심스레 내 머리를 감쌌다. 그 손길에 따뜻한 온기가 온몸에 퍼져 마음 한 켠 깊이 스며들었다. 하루 종일 쌓였던 긴장과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모든 걱정을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았다.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되었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힘이 느껴졌다. 내일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이런 작고 평범한 순간들이 쌓여가길, 서로의 곁에서 함께 걸어가길 바랐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건, 무거운 하루 끝에 손잡고 나란히 누울 수 있는 사람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새삼 깨달으며, 한참을 문곁에 꼭 붙어있었다. 마음속 불안이 완전히 사라질 순 없겠지만, 이 밤만큼은 그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내게 가장 큰 힘이 되었다. 깊은 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문곁에서, 조금은 더 안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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