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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숙 Nov 24. 2022

목이에게

너를 좋아하는 마음이 너를 무겁게 하지 않도록 나는 사랑이란 것을 배워

 1년 전 이맘때를 떠올려 봤어. 한 시절을 마무리하고 다음 진로를 고민하던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고민을 다 떠안은 아이처럼 온갖 슬픔을 빨아들인 채 살아가고 있었어. 사실 내가 빨아들인 것은 슬픔이 아니었지만 말이야.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나에 대한 자신 없음? 지난 시간에 대한 원망? 따위를 흠뻑 머금은 채 좋은 것조차도 도통 좋게 보일 리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 



 네가 없었다면 지금 난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었을까?



 “나랑 바다 보러 갈래?”라고 건넨 너의 한마디가, “우와 나 그 꿈 정말 응원해 주고 싶어.”라고 건넨 너의 한마디가 나를 일으켰어. 너는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내 표정이 보이는지 나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채고 손을 내밀어 잡아줬지.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야?

 우리 그 시절보다 가까워졌고 더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는데도 나는 모르겠어. 너를 일으키는 말, 네 기분을 더 낫게 하는 말이나 방법을 난 잘 모르겠어. 나는 네 덕에 급변하는 상황 따라 출렁이며 요동하는 시간을 건너 지금에 다다를 수 있었는데 출렁이다 못해 와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은 너에게 내가 뭘 줄 수 있는지 난 잘 모르겠어. 



 넌 내 손만 있으면 된다고 했지. 그래. 그럴게. 냉기 가득한 손이지만 내 손을 네 손에 쥐여 줄게. 내 손을 찾아줘서 고마워. 내게 전화를 걸어줘서 고마워. 흘러내리는 너에게 나는 여전히 받고만 있네. 

 ‘그대 내게 짐이 되어 주오.’ 아주 호기롭게 뱉은 말인데 난 네 짐을 들 수 없어. 너보다 잘난 것이 하나도 없더라고. 그것이 나를 슬프게 해.



 너의 서른 번째 생일, 무얼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번에도 역시 주절주절 글을 적어. 



 목아. 여기 너를 아주아주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 곳곳에 숨 쉬고 있는 너를 좋아하는 마음들이 너의 짐을 조금이나마, 잠시나마 가볍게 만들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이 너를 무겁게 하지 않도록 나는 사랑이란 것을 배워 볼게. 



 사랑하는 목아,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2022.11.19. 말금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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