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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숙 Nov 24. 2022

그때 그 아이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어 졌다

긴 머리를 양쪽으로 높이 묶어 늘어뜨렸다.

유리구슬처럼 맑은 눈은 렌즈 밖 어딘가를 보고 있다.

살짝 찡그린 것도 같고 새초롬한 것도 같고 똘망진 것도 같다.


친구의 어린 시절 사진 한 장 보고 나니

어린이 목이가 무척이나 보고 싶어졌다.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어졌다.


조심스럽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어린이 목이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찡긋 눈으로 인사를 나누고

살짝쿵 살포시 안고 싶고 


나야 말금 어른이 된 너의 친구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거야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라고 인사하고 싶어졌다.


그러고나니

학원을 아홉 개쯤 다녔다는 어린이도 보고 싶어졌고

어린이 목이가 나고 자란 동네를 걸어보고 싶어졌고


그때의 넌 이런 모습이었을까?


과자 매대를 매의 눈으로 빠르게 훑으며

원하는 과자를 품에 쏙쏙 안고서 

“이거는 있을 때 사 놔야 해”라든지

“지금은 그쪽 느낌이 아니라 이런 초코 느낌이야”라든지

“너는 왜 좋아하는 게 없어?”라고 쫑알거리며 행복해했을까?


두툼하고 푹신한 이불 위를 왼쪽으로 뒹굴 오른쪽으로 뒹굴

“이 이불 너무 좋아”라고 하며 배슬배슬 행복해했을까?


맛있고 따끈한 냄새가 집안 가득 퍼지면

그새를 참지 못하고 엉덩이 일으켜 주방을 서성이며 

냄비를 흘긋거리다 요리를 뒤적이기도 하며 행복해했을까?


어린이마냥 해죽이는 너를 보며

그때 그 아이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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