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선 곳에서 온갖 바쁨을 버리고
피곤했는지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붙인 것은 깜깜한 밤이었는데
꿈속은 환한 대낮이었다.
아주 환한 한낮
활짝 열린 창으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고
창밖으로는 바다가 보였다.
바람에 커튼이 휘날렸다.
얇은 커튼이 하늘하늘 휘날렸고
햇살을 등진 채 누군가 창가에 걸터앉아 있었다.
우리는 대화를 하다가 공부를 하다가…
모든 것이 싱그러웠고
모든 것이 여유로웠다.
창가에 걸터앉은 아이의 얼굴이 특히나
언젠가는 우리 정말로 그렇게
그때 그 순간 그 모습으로
잠시라도
아주 잠시라도 좋으니
머무를 수 있다면
낯선 곳에서
온갖 바쁨을 버리고
한낮에
한가롭게
싱그럽게
너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