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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숙 Nov 28. 2022

그림자

나란히 걸었다

나란히 걸었다

그가 누웠던 자리에 가만히 누워 보는 

여느 시인의 마음처럼 


가만히 가만히

나란하게 걸었다


어둑한 지하철 창가에 비친 

얼굴

눈빛

그것을 무엇이라 묘사할 수 있을까


초점 잃은 눈동자

곧 감길 것만 같은 눈

흐린 막이 맑은 안 전체를 가리고 있는 듯

멍하니 모든 힘을 상실한 듯


하지만 

눈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싫다 정말 싫다


툭 치면 와르르 쓰러질 것만 같은 모습이 

아른아른 지워지지 않았다


무엇일까

흘러내려도 이상하지 않은 그를 일으키는 원동력 

걷게 하는 원동력

그가 지고 가고 안고 가는 삶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나의 답도 그의 답도 알 수 없어서

나란히 그의 마음 옆에 내 마음을 두고


지친 계절

모든 것이 소진되어버린 계절

그의 소생을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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