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그렇게 네 앞에
때로는 일에 절어 돌아온 너를
두 팔 벌려 안아주고 싶다
네가 계단을 걸어 올라온다
하루의 무게를 머금은 몸
힘 쫙 빼고
터벅터벅 계단을 오를 법도 한데
넌 발끝에 힘을 주고
한발한발 야금야금
소리없이 계단을 오른다
나는 그 미세함으로
네가 오는 것을 알아 채고서
현관 앞 신발장으로 몸을 일으키고
삐삐삐삐삐삐
도로록
도어락 비밀번호가 해제되고
문이 열리고
네가 들어오면
나는 피곤한 너의 얼굴과는
아주 거리가 있는 방긋한 얼굴로
환하게 두 팔 벌려 서 있다
안기지 않아도 돼
안지 않아도 돼
다만 그렇게
네 앞에
활짝 서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