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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숙 Nov 28. 2022

바람

다만 그렇게 네 앞에

때로는 일에 절어 돌아온 너를

두 팔 벌려 안아주고 싶다


네가 계단을 걸어 올라온다


하루의 무게를 머금은 몸

힘 쫙 빼고 

터벅터벅 계단을 오를 법도 한데


넌 발끝에 힘을 주고 

한발한발 야금야금

소리없이 계단을 오른다


나는 그 미세함으로

네가 오는 것을 알아 채고서

현관 앞 신발장으로 몸을 일으키고


삐삐삐삐삐삐

도로록


도어락 비밀번호가 해제되고

문이 열리고

네가 들어오면


나는 피곤한 너의 얼굴과는 

아주 거리가 있는 방긋한 얼굴로

환하게 두 팔 벌려 서 있다


안기지 않아도 돼

안지 않아도 돼


다만 그렇게 

네 앞에

활짝 서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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