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재우다 꼬리뼈에 금이 갔다
#7화. 짐볼도 터지나요?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걱정이 돼서 여기저기 물었다.
"신생아 키우기 힘들죠?"라고 물으면
" 우리 애는 종일 잤어. 누워 있을 때가 제일 편한 거야"
"걷기 시작하면 정신없어"라는 대답을 들었다.
내가 아기를 갖고 싶어서 운동도 열심히 영양제도 열심히 먹고 원해서 낳았으니 잘 키워보자는 마음에 엄마 모드 장착이었다.
그런데
뱃속에 있을 때가 딩가딩가 편했구나 낳자마자 느꼈다.
'모유를 먹여야겠다' 결심하고 산후조리원에 가서
"저는 모유만 먹일게요 언제든지 콜 해주세요"라고 말했고
1시간 짧게는 30분마다 콜이 왔다.
젖이 많은 엄마가 아니어서 분유랑 같이 먹이면 되는 거였는데 첫애라 뭘 몰랐다.
모유를 안 먹이면 나쁜 엄마 같았다. 애는 배고프다고 우는데 엄마가 모른 척 잔다는 건 용납이 되지 않았다.
사서고생을 했다.
2주 동안 모유만 열심히 먹이고 집에 왔는데
애가 잠을 안 잔다.
계속 울기만 한다.
시어머니께 얘기했더니 닭을 그려서 거꾸로 붙여놓으라고 하신다.
신랑이 잠을 안 자서 그 옛날 시어머니의 시어머니인 시할머님의 가르침에 따라
닭을 그려서 거꾸로 붙여놓으셨다고 한다.
내가 그림을 조금만 잘 그렸어도
아빠다리 하고 앉아서 정성스럽게 닭을 그려 붙였을 거 같다.
그림을 못 그려서 다행이었다. 졸라맨도 그리기 어려운 그림실력이라 닭은 진즉에 포기했다.
10년이 넘은 지금 생각해 보면 시어머님 말을 너무 잘 들었다.
시댁이 걸어서 5분 거리 옆단지라 기댈 곳은 거기뿐이라 그랬을까
첫애 태열이 너무 심했다.얼굴이 계속 빨겠고 울면 얼굴이 따가운가 싶어 걱정이었다.
시어머님이 보시고는 "약은 아무 소용없다. 니 몸에서 나온 니 새끼니까 오줌을 받아서 조금씩 발라줘라." 하셨다.
지금 들으면 말도 안 돼! 무슨 오줌을! 했을 텐데
그 당시에는 듣자마자 종이컵에 오줌을 얌전히 받았다.
거즈에 묻혀 태열이 심한 얼굴에 톡톡 찍어줬다.
애는 자지러지게 울었다.
울면 그만했어야 되는데 꾸준히 해보라는 시어머니 말씀에 열흘 넘게 얼굴에 오줌칠을 했다.
왜 그랬을까 바보같이...
생각해 보면
그때는 애를 종일 안고 있다가 낮에 시어머님이 오시면 잠깐 맡기고 나는 꿀잠을 잤다.
시어머니가 나를 자게 해 줬으니 너무 고마웠고
나에게 잠잘 시간을 주는 사람말이니 '오줌을 발라라'처럼 이상한 말도 눼에눼에 하고 들었다.
그 정도로 애가 잠을 안 자고 눕히면 깨고 앉으면 깼다.
좀비처럼 몇 날 며칠을 보내다가
드디어 방법을 찾았다.
아기띠를 하고 짐볼을 타면 몇 시간이고 잤다.
짐볼을 타면서 몇 시간 푹 재우면 잠깐씩 혼자 누워서 놀기도 했다.
낮잠 잘 때도 짐볼 방방방
밤에 잘 때도 짐볼 방방방
짐볼을 계속 타니까 적응이 된 건지 점점 세게 타야 잠을 잘잔다 방방방 타다가 놀이기구처럼 부앙~부앙~방방 점점 엉덩이를 더 굴러 세게 탔다.
.
.
.
빵!
짐볼이 터졌다.
새벽 3시
폭탄이 터지면 이런소리였을까?싶게 큰소리로 터졌는데 안방에서 자는 신랑은 기척도 없다.
보는 사람도 달려오는 사람도 없으니 눈물도 안 난다.
여기서 내가 울면 애만 깨고 다시 재워야 하는 건 나니까
다행히 애는 안 깨고 잔다.
짐볼이 터졌으니 아이를 내려놓고 나도 옆에 누웠다.
엄마의 고통을 알았는지 눕혀도 안 깨고 잘잔다.
다음날 친정엄마에게 SOS를 하고 병원에 갔다.
"뭘 하셨길래 꼬리뼈에 금이 갔어요?"의사가 묻는다
애 재우다 그랬다고 하니 엥? 하는 표정이다.
주사 맞고 물리치료 받으면서 검색해 봤다.
짐볼이 터지면, 짐볼 터졌, 짐볼터짐 아무것도 안 나온다.
(10년전 검색수준이다...ㅠ)
애 재우다 짐볼터진사람은 나뿐인가 보다...
초등학생이 된 딸에게 잊을만하면 얘기한다
널 재우다 엄마는 꼬리뼈에 금이 갔단다.
주변에 가끔 "아이가 너무 빨리 커서 싫다. 꼬물이 시절이 그립다" 하는 엄마들이 있더라.
윽! 난 싫다. 절대 돌아가지 않을 거다.
혼자 먹고, 씻고, 자는 9살 딸이 지금 딱 좋다.
딸 사랑해~
나중에 너 닮은 딸 낳아서 엄마의 고생을 좀 알아주렴.
(이런 말은 안 할 줄 알았는데 나도 꼰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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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예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더니
아들도 있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