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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서한 Oct 03. 2023

샤넬백, 롤렉스, 집 한 채? 결혼에 필요한 것들

#5화. 나를 위한 내 결혼준비

 

결혼 날짜를 잡고 나면 다들 결혼준비를 시작한다.


혼수로 샤넬백부터 진도 모피까지 라며 리스트를 주는 집도 있고, 해줄 게 없으니 둘이 알아서 결혼해라 하는 집도 있다.


굳이 고르자면 해줄 게 없다며 바라지 않는 집이 낫다.


남자 능력으로 산 집도 아닌데 시댁에서 집 한 채 해주고 "우리 아들 롤렉스 차야 되고 나는 샤넬백이 좋겠다" 이러는 시어머니가 있단다.

그 집에 사는 내내 기들이 해준 집이라며 들락날락

오피스텔 원룸에 살 지라도 이건 정말 싫다.


댁에서 바라는 경우도 있지만

여자 쪽에서 샤넬백을 해달라 집은 목동 이어야 한다.

신축 아파트에 입주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거는 경우도 있더라.


두 경우 모두 결혼하면서 한몫 챙기려나 보다.

여자가 강남 아파트만 고집해서 헤어진 커플도 봤고 시댁에서 준 리스트가 버거워 헤어진 커플도 봤다.


이러니 결혼이 하기 싫고 점점 어려워지는 거다.

집 있는 남자는 여자에게 대단한 혼수를 바라고 여자는 집 한 채 그것도 수도권 아파트까지 바라니

여자에게 홀딱 반했거나 이 남자 아니면 결혼 못하겠다 하는 경우나 참지


결혼 준비하다가 정 떨어지기 딱이다


연애할 때는 같이 있는 게 좋아서 각자 집으로 헤어지는 게 싫어서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막상 결혼 준비 작! 하면

네 집 내 집 경쟁 시작, 자존심 세우기도 함께 시작된다.


이럴 때는 왜 결혼을 하려는지 생각해 보자. 이만큼 참고 참아주면서 결혼을 진행할 수 있는지 스스로 진지하게 묻고 또 묻자.

공평한 결혼 반반인 결혼은 없으니까.




다행히

내 혼수준비는 어렵지 않았다.

나도 바라는 게 없었고 그도 바라는 게 없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혼수 준비보다 결혼식 준비가 조금 이상했다.

혼식 식사는 신랑 측 회사 사장님이 싫어하는 중식 메뉴가 나오면 안 된다.

예비신랑님의 특별한 요청이었다.


혼식 주례는 외국인

예비 시아버님의 요청이다. 외국계 은행에서 오래 근무하셔서 자부심이 남 달랐다. 외국계이니 사장 당연히 외국사람이다.

례사를 영어로 하고 옆에서 한국말로 통역해 주는 식이었다.


나는 외국에서 살다 온 교포도 아니고 시아버님이 외국계회사를 다녔다는 이유로 주례를 외국인이 보다니 코미디다.


드레스도 어깨가 너무 드러나거나 가슴골이 보이는 건 안된다고 해서 레이스로 온몸을 감싼 드레스로 최종선택을 했다.


글로 써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나도 싸우려고 맘먹었으면 싸울만했다.


우리 결혼식 식사를 왜 사장님 식성에 맞춰?!

나도 못 알아듣는 영어주례라니!

내가 입을 드레스를 내 맘대로 못 골라?!


위의 말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같이 하는 결혼인데 신경 쓰이는 게 있으면 들어주지 뭐' 했다.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 없어서 그랬나 보다. 꿈꿔오던 결혼식이라던지 내 결혼식은 꼭 이래야 한다는 기준이 없었다. 결혼을 안 할 생각이었으니까.



나는 신혼여행이 중요했다.

그동안 못해본 해외여행의 한을 풀려는 듯  

멕시코 칸쿤 올인클루시브(호텔투숙비용에 식사와 모든 서비스 포함)로 돈 좀 들였다.


신혼여행이 아주 중요했던 이유는 허니문 베이비를 원해서였다.

이모딸이 결혼을 먼저 해서 나보다 어린데도 아들을 떡하니 낳아 기르고 있었다.


엄마는 그게 너무 부러웠나 보다 그래서 "내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빨리 결혼해서 애 낳아! 그래야 봐주지" 라며 듣기 싫게 주기적으로 말했다.


혼을 하면 당연히 애를 낳아한다는 생각들이 신부를 괴롭힌다.

결혼날짜를 잡았다고 하면 몇 명 낳을 거냐

결혼을 하면 좋은 소식 언제 듣냐

시댁에서 은근히 기다리는 눈빛들 까지



이런 말을 듣는 건 계속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여자에게 살은 언제 뺄 거냐는 소리보다 5만 배 더 듣기 싫다.


난 절대 이런 소리 듣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외동딸로 자라서 좀 외로웠고 나 닮은 아이를 빨리 보고 싶기도 했다.





결혼날짜를 잡고 바로 허니문 베이비 갖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가장 치밀하게 준비한 결혼준비는 바로 이거다.


일하면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예비신부 산전 검사를 했다.


저런..

난소나이가 나이 +3살로 나왔다. A형 간염 주사도 맞아야 한단다. 이 주사는 3개월에 한 번씩 3번 맞아야 하는데  다 맞으면 9개월이 걸리니 신혼여행 전에 겨우 다 맞겠다.

난소나이는 운동과 영양제로 내려보자 결심했다.

일주일에 3번 땀을 죽죽 흘리면서 운동하고 찬물은 마시지 않기. 기초체온을 올리는 방법이란다.

기초체온이 낮으면 착상이 잘 안 된다고 한다. 배가 따뜻해야 한다는 말이 맞는 거다.

영양제는 복분자 액, 홍삼, 종합비타민, 엽산, 오메가 3 등등 8가지 정도 챙겨 먹었다.


말이 쉽지 땀 흘리며 일주일3일 운동하는 것도 힘들었고 찬물 안 마시는 건 더 힘들었다.

아이스바닐라라테 없이 살 수 없는 삶이었는데 독하게 마음먹고 끊었다.


시댁에서 5년째 임신 잔소리에 시달리는 친구의 고통을 간접 체험 했기 때문에 찬물도 참을 수 있었다.


생리주기 체크 어플로 신혼여행 가서 배란이 가능한지도 미리 체크했다.

배란일이 좀 밀리겠다 싶으면 운동을 더 하고 몸을 피곤하게 해서 생리 주기를 앞당겨 보기도 했다.


나 스스로도 인정할 만한 철저함이다.


드레스도, 식사도, 주례도 남의 맘대로 했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결혼준비인 임신준비에 전력을 다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왜냐하면 성공했으니까

신혼여행 사흘째, 꿈에 거북이 등장! 태몽이다!


하늘이 나의 정성에 응답해 주었다.

허니문베이비 갖기에 성공했고 시댁에서 임신 어쩌고 소리는 들을 틈이 없었다.


샤넬도 없고 콩만 한 다이아도 없지만 내 옆에는 대체불가 소중한 딸이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비싼 가방, 서울 그 아파트, 반짝이는 무엇이 아니라

꼭 이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를 3가지만 확실히 찾아보자.

3가지가 막힘없이 찾아진다면 나와 손잡고 있는 그 사람과 결혼이라는 걸 해볼 만하다.


그에 대한 확신이 섰다면 내가 원하는 내 결혼준비를 해보자.





결혼도 쉽게

임신도 쉽게 했는데

와... 출산이... 쉽지 않다.








#6화 예고.

선생님! 퇴근 전에 애 받아 주세요

5시 50분까지 낳아볼게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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