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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서한 Sep 11. 2024

힘들어 죽겠지만. 다시 결혼하고 싶은 이유

# 10화. 한 명 하고 평생 살 수 있는 거 맞.... 지?

누가 한말인지 어디서 본지 기억은 안 나지만

결혼과 육아는 행복한 지옥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아주 뇌리에 콱 박힌 말이다


행복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지옥인 걸까?

행복하지만 갇혀있으니 지옥인 걸까


예능에서 가끔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실 건가요?"라는 질문을 한다


생각해 보자 음... 아주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할 거 같다

인생을 통달한 듯한 어느 할머님의 "그놈이 그놈이야"라는 말이 떠오른다.

다시 결혼하고 남녀만 바꾸면 딱 좋겠다.

다음생애는 내가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세상이 좋아지고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고

출산휴가에 어쩌고 저쩌고 해도

엄마의 희생이 아빠보다는 조금 더 큰 거 같다.


힘들어 죽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고 싶은 이유는 엄마가 되고 싶어서다.



결혼 안 한 친구들 오래 동거하고 있는 친구 나한테 조언을 구하면

" 안 낳을 거면 결혼하지 마!" 한다.

결혼할 때 같이 있고 싶어서 헤어지기 싫어서 결혼한다고 하는데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이지 않아도 충분히 같이 있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아이를 낳으면 출생 신고도 하고 학교도 보내야 되니까 결혼하고 혼인신고를 하지만

우리는 딩크예요~ 라면

굳이 양쪽 집안이 엮이고 각종 행사에 시댁, 친정이라는 단어를 만들 필요가 없다.


싸우면 각자 집에 가서 좀 떨어져 있고

주택청약도 각자 넣어서 확률도 높이고 당첨되는 사람 집에 가서 동거하면 되지 뭐


하지만 난 아이를 낳고 싶고 나의 불우했던 가정사를 모두 털어버릴 만큼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다면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해보자.

결혼해보니 웃을 일이 많다.

결혼 전에는 예능 보면서 낄낄거렸지만 지금은 애가 앞에서 방귀만 뀌어도 웃는다. 발냄새도 귀여워서 웃는다.


물론 결혼이라는 제도 없이 멋지게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싱글맘들도 있지만 그들의 선택이 멋진 만큼 얼마나 큰 고통이 숨어 있을지 감히 짐작도 못한다.


우린 좀 쉽게 가자. 평범한 남자 만나서 평범한 가정 꾸리고 아들 딸 낳아보자. 생각했던 거 이상으로 꽤 행복하다.

평범한 가정에서 오는 행복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이 글을 쓰는 중에 이혼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밝고 얼굴도 예쁜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했다.

정말 예쁜 나이인데 이제 막 40이 되었는데 이제 남자는 쳐다보기도 싫단다.


요즘 결혼을 점점 안 하고 못하는 이유는 배우자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인 것 같다.

그래서 콩깍지가 씌었을 때 결혼하라는 말이 있지 않나.

다 알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평생 나와 함께 할 사람이라는 확신이 100퍼센트 중에 얼마나 될까?

남녀가 점점 이성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콩깍지는 썸 탈 때나 조금 있고 결혼을 하자고 들면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요즘 MZ들은 안다.

똑똑하기도 하지만 겁쟁이기도 하다.

나의 선택에 확신이 없고 선택이 실패로 변할까 무서운 거다.

이혼이 흠은 아니라고 하지만 내 선택에 대한 실패의 경 아예 차단하고 싶은 마음이 이해 된다.


결혼을 안 한 친구는 누구와 살아야 할지 고민이고

결혼을 한 나는 이 사람과 평생 잘 지낼 수 있을까? 고민이고

결혼생활을 끝낸 친구는 나는 정말 결혼에 실패한 걸까? 고민이고


나는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이 사람과 평생 잘 지낼 수 있을지 고민하지 말고

결혼 생활에서 내 스스로가 행복한 사람이 되기로

그렇게 내 결론대로 살아보니 주변에서 그런다 "니 신랑은 너 없으면 안 되겠다 "


서로 딱 맞는 상대를 찾기는 어렵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면 그걸로 결혼생활 반은 성공 아닐까 싶다.


결혼! 해보자  한 번만 하라는 법은 없지 않나.

재미없는 천국보다, 조금 힘들어도 롤러코스터 같은 결혼 지옥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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