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에 떠오르던 질문에 나는 미처 대답하지 못한 채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긴 시간 동안 나는 긴장, 불안, 분노라는 감정이 쉽게 솟구치는 사람이 되었다. 이 감정들은 내게서 소소한 행복도 허락하지 않았다. 월급날에도, 날씨가 좋은 날에도, 여행지에서도 내게 행복은 커녕 잔잔한 평온함도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도 내게 뭐라 하는 이가 없었음에도 말이다.
여느 때와 같이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내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떠올랐다. ‘이 정도면 됐다. 나는 여기서 할 일을 다 끝냈다‘라는 ’앎‘이었다. 이것은 내 자아관념의 목소리나 감정이 아니었다. 이것이 궁금하다면 지금 눈을 감고 당신의 오른쪽 발에 집중해 보길 바란다. 있어야 할 자리에 당신의 오른쪽 발이 그저 존재하는 걸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앎은 이런 식으로 내 가슴속에서 떠올랐다. 그리고 이 느낌에 의문이 드는 것이 아닌,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