境界

맞닿은 자리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한다.

by HERMITAGE

[境界/경계]

전시 : 《보더리스 사이트;Border-less.site》주최 : 문화역서울284

火魔(화마)가 주변을 감싼다. 그 안에서 結界(결계)가 쳐지고 붉은색 술로 채운다. 빼앗긴 파편 중 한 조각을 비틀어 세게 움켜쥐어 보니 주홍색 토마토소스가 벽에 튄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에는 아무런 저항 않고 누구도 보고 있지 않을 때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몰래 떨어진다 혹시 맞았을까 아래를 내려다보지만 시커먼 땅엔 당연히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내려다본 것이다. 비는 더 세게 내리고 하늘은 어제 보다 어둡다. 구멍 난 옷을 찢어발겨 남은 파편은 다시 손에 감아 감출 수 없다


벌거벗은 채로 다시 불을 붙인다. 화마가 약해질까 했지만 사방으로 걸쳐두었던 결계가 더 커진다. 空(공)의 境界(경계) 에는 시커멓게 칠한 어둠이 짙게 타오른다. 검은색의 먹을 덧칠한 것처럼 밑이 빠진 어둠이 더 짙어진다. 튀어나온 토마토 파편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바닥에 떨어진 수건으로 덮어 버린다. 좀 전에 샤워가 끝나고 썼던 젖은 수건이다. 눈이 맵고 목은 다 나갔다. 붉은색 배터리를 더 이상 채우지 않고 방전되기 만을 기다린다. 채울 수 있으면서 꺼내 들지 않는 건 잘못 눌린 휴대폰은 억지스러워 그대로 꺼지기만을 기다린다.



다음은 아무도 없다.



비는 계속 내리고 화마같이 타는 결계 도계 속해서 탄다. 경계는 짙어지고 빈 공간에 떨어지는 비로는 채우거나 지울 수 없다. 닿지 않아 같은 결과일 것 같아서 떨어지는 빗물에 손을 뻗는다. 마른 손이 어색해 위를 보니 실외기를 막아선 거대한 벽이 세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아마 경계의 끝엔 떨어지는 빗방울이 화마가 만든 결계로 다 타고 남은 짙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마는 것이다. 처음엔 이상하게 들리지만 곧 두 번째는 바로 알아듣고 더 힘줘서 말하다 한 번씩 잘 못되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졌다


언제 꺼져 있는지 모를 화마는 어울림의 벽 사이에서 잠이 들었다. 같은 꿈이 반복되고 무슨 일이었는지 떠올리면 어느 장면이 첫 장면인지 헷갈린다. 기억이 조금씩 희미해지는 것이라 붙잡을 수 없어 내버려 둔다. 조금씩 옅어지다 모호한 하루가 더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숱한 아침을 맞이하면 있었는지 모를 저녁이 온다. 그게 반복되어 오늘이 어제가 되고, 어제가 내일이 된다. 오늘은 내일일까 어제일까 풀린 시계를 고쳐 돌리지 않는 건 며칠을 밝게 두게 위해서지만 동시에 꾸준한 비가 준비하던 꽃을 모두 떨어트리기만을 기다린다.



Hermitage

@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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