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업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번의 요가 지도자 과정

by 와인빌런


나는 매뉴얼을 보지 않고 새로운 기기를 무작정 사용해 보는 인간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뭐든지 ‘냅다’ 하는 사람이다. 요가 지도자 과정(TTC)도 그렇게 냅다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요가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사나(동작)에 대한 정확한 접근 방법과 관련 근육들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기를 기대했고, 이 참에 잘 안되던 후굴 동작(우르드바 다누라, 에카파다 자라카포타 등)과 다리찢기, 머리서기 같은 고수들의 동작들을 마스터하겠다는 개인적인 목표 정도가 있었다.


그런데 요가 지도자 과정은 내가 기대한 것과는 수업 방향이 달랐다. 지도자를 양성하는 과정이니 만큼 어떻게 하면 좋은 요가강사가 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는, 철저하게 티칭 기법(초보자와 고급자 수강생을 위한 아사나 난이도 조절법, 블록과 스트랩을 사용하여 동작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법, 손을 사용해서 수강생의 요가 자세를 교정해 주는 핸즈온 기법 등) 위주의 수업이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수업 참여에 소극적이었다. ‘내가’ 요가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기에, 나와 상관없는 초보자를 위한 핸즈온이나, 숙련자를 위한 티칭법 관련 내용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래도 창의적인 작업을 좋아하는 편이라 주제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나만의 시퀀스를 짜서, 직접 수업을 해보는 중간고사 커리큘럼은 흥미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렇게 3월부터 6월까지 매주 토요일 8시간씩(수업 6시간+이동 2시간) 할애한 결과, 요가 지도자 자격증이 주어졌다. 우르드바 다누라, 머리서기도 할 수 있게 되어, 소기의 목표도 일부 달성했다. 그런데 현타가 몰려왔다. 분명히 요가 지도자 자격증은 땄는데, 요가는 지도할 수 없는, 애매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TTC 제대로 좀 할 걸’ 하는 후회의 감정이 일기 시작했고, 나는 냅다 재수를 선택했다.


요가를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으로 등록한 두 번째 TTC. 일단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티칭 기법 위주로 진행되는 지도자 과정 수업이 너무 유익하고 소중했다. 선생님의 말씀, 단어 하나하나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고, 과제도 열심히 했다. 첫 번째 TTC에서 만난 친구 둘과 두 번째 TTC를 같이 듣게 된 점도 더 열심히 하게 된 이유였던 것 같다. 같이 듣자고 작당 모의를 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또 함께 하게 되었다. 두 달 남짓 주말 양일을 함께 하고, 주중에는 카톡으로 요가 이야기를 나누는, 나에게도 요가 ‘도반’이 생긴 것이다.


1학기에 다녔던 TTC는 명지대학교 미래교육원 과정이었고, 2학기에 새롭게 등록한 TTC는 썬데이 나마스떼(내가 다니고 있던 이대 앞 요가원, 줄여서 ‘썬나’) 아카데미 과정이었다. 수료생에게는 원데이 클래스를 열게 지원해준다는 점이 나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혜택이었다. 좋아하는 공간, 썬나 이대점(발리를 연상하게 하는 멋진 공간)에서 원데이 클래스 여는 상상을 하며 TTC를 신청했다. 그리고 9월, 10월을 지나 마침내 11월 23일, 나는 썬나 이대점에서 8명의 친구와 지인을 초대해, 원데이 클래스를 열었다.


이렇게 나의 2025년은 요가를 하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요가를 나누는 길로 들어선 해였다. 요가를 (좋아)하는 것과 요가를 나누고 안내하는 것은(가르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지도자 과정을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한 많은 ‘직면’에 직면해야 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구나. 정말 어색하게 웃네. 언제 이렇게 늙었지? 살 좀 빼야겠다. 달갑지 않은 동영상 속 내 모습과 마주해야 했다. 노션, 구글 드라이브, 타임랩스, 인스타 스토리 등 평소 쓰지 않던 플랫폼에도 적응해야 했다. 더 이상 나는 트렌디한 젊은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요가 안내하는 일을 꽤 잘 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도 발견했다. 다양한 성향과 몸상태의 수련자가 모여있는 요가수업의 특성 상 센스있고 눈치 빠른 요가강사는 수련자별 맞춤형 지도가 가능하다. 또한 시퀀스 짜는 일이 재미있고, 시퀀스를 금방 외운다는 점은 요가 가르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하면서 가능한 범위에서 요가 가르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이제 자격증 하나 딴, 실전 경험은 없고 나이는 많은 요가강사지만, 내가 안내할 수 있는 요가와 내가 나눌 수 있는 방식으로 나의 요가 세계를 열어나갈 것이다.


요가 원데이 클래스 / 2025.11.23


일요일 연재
이전 03화요가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