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요가룸이 생겼어요.

언제나 깨달음을 주는 요가

by 와인빌런


이사를 하기로 하고 가장 기대했던 것은 방 하나를 요가명상룸으로 꾸미는 일이었다. 오늘의 집 쇼핑몰에서 요가룸에 어울리는 인테리어 소품들(라탄 조명, 우드 북 선반, 다도 테이블 등)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당근마켓에서는 ‘식물’, ‘화분’ 등을 검색해 관심목록에 넣어 두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요가룸에서 명상을 하고 20분 정도 요가를 한 후,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갓생’ 라이프를 상상하니, 벌써부터 세상에서 가장 잘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로망과 현실은 다른 법이라지만, 나만의 요가룸 만들기는 이사 첫날부터 큰 장벽에 부딪혔다. 잔금을 치르고 각종 인수인계를 받아 이사 갈 집에 들어갔는데, 우선 내가 요가룸으로 만들기로 점찍어 둔 방 한쪽 모서리에 곰팡이가 가득 껴 있었다. 다른 쪽 벽지 상태도 엉망이었다. 급히 그 방만 도배를 새로 하기로 결정했고, 이삿짐이 들어오는데 그 방엔 아무것도 넣지 못한 채 거실에 짐들을 덩그러니 모아놓아야 했다. 금요일에 이사를 하고, 주말에 집을 싹 정리할 계획이었는데, 모든 일정이 틀어지고 곰팡이 낀 집을 보니(안방에 연결된 베란다와 다용도실에도 곰팡이가 잔뜩 끼어 있었다), 갑자기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이후 도배를 하고 하루 이틀 환기 문제로 계속 방을 비워두면서, 새 가구, 새 소품을 사서 집을 꾸미겠다는 내 마음도 비워 버렸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해주는 것(건조기, 로봇청소기 등) 외에는 새로운 물건은 사지 않기로 했다. 보기에 예쁜 집이 아니라, 살기에 편한 집을 만들기로. 거실 한편에 독서공간을 만들고, 거의 보질 않는 TV는 침실로 넣었다. 거실장 위에 TV를 놓고 맞은편에 소파를 두는 전형적인 배치를 탈피하니, 거실이 엄청 넓어졌다. 항상 가구와 물건에 강박적으로 둘러싸여 살다가, 여백이 가득한 거실을 보니 이제야 비로소 쉬는 느낌이 들었다. 공간을 비우니 거기에 편안한 에너지가 채워졌다.


요가룸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구와 소품으로 소박하게 꾸몄다. 이사 전 결심과는 달리, 그 방에서 아직 요가를 한 적은 없다. 아침에 명상하고 요가할 만큼 일찍 일어나지 못했고, 외벽에 둘러싸여 유달리 더 추운 그 방까지 보일러를 켜기에는 가스비도 부담스러웠다. 아무래도 봄이 되어야 요가룸을 본격 가동할 수 있을 것 같다. 만들어도 당장 쓰지도 않을 요가룸에 왜 이렇게 집착했던 걸까? 정작 매트 하나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게 요가이고, 눈을 감고 나의 숨소리에 집중해 보는 것이 명상인데 말이다. 언제나 깨달음을 주는 요가다 :)


요가명상룸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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