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시면서 요가할까요?

AI 시대 요가강사로 살아남는 법

by 와인빌런


집에 와서 AR·VR 모니터에 “오늘은 어깨를 풀 수 있는 30분짜리 빈야사 플로우 수업 준비해 줘. 선생님은 따뜻한 목소리의 30대 여자 선생님이면 좋겠고, 정렬이 잘 맞는지를 집중해서 봐주면 좋겠어. 음악은 잔잔한 핸드팬 연주 음악으로 틀어줘.”라고 말하면 바로 요가수업이 시작된다. 카메라와 센서가 내 몸의 비율과 현재 자세를 스캔해서 어깨의 가동범위, 견갑의 위치, 골반의 좌우 정렬을 측정하고 난이도를 자동으로 조정해 준다. 화면 한쪽에는 정렬 인디케이터가 떠서, 어깨각도나 척추라인이 정렬을 벗어나면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스마트 요가매트는 압력과 무게중심을 측정해서, “지금 오른발에 체중이 65% 실렸어요. 체중을 왼발 쪽으로 조금 이동해 볼까요?”라고 알려준다.


AI 시대의 요가수련 모습을 종종 상상해 본다. 5년 후의 요가산업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AI 시대에도 살아남는 요가강사는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 아사나를 잘하고, 큐잉을 잘하는 요가강사는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AI 시대의 요가강사는 ‘요가동작을 가르치는 직업’에서 ‘사람을 요가로 돌보는 직업’으로 진화할 것이다. 명상과 철학, 삶의 태도까지 이끌 수 있는 멘토이자 코치가 되기 위해서는 요가의 철학에 대해 깊게 공부하고, 직접 소화한 것을 AI와는 다른 나만의 언어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명상이나 심리학을 공부하는 것도 미래를 준비하는 요가강사에겐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집에서 AR·VR 모니터를 켜고 원하는 요가수련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오더라도 나는 요가원을 찾을 것이다. 요가원에 가서 매트를 깔고, 다른 사람들의 숨소리를 느끼며 함께 수련할 때 나오는 에너지를 AI는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에게 종이책이 새로운 아날로그 경험으로 유행하고 있는 것처럼, 아날로그 요가원의 에너지는 어쩌면 AI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할지도 모르겠다. AI 디톡스를 위해 템플 스테이, 요가수련, 명상여행이 5년 후에는 더욱 성행할지도.


이제 막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원데이 클래스 한 번 연 게 전부이지만(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강사를 할 생각도 없지만), 5년 후 요가강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를 늘 생각하고 있다. AI 시대가 와도 요가원을 찾을 사람은 누구일까. AI 시대에도 여전히 요가강사가 절실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요가 철학을 좋아하고, 함께 모여서 만들어 내는 에너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또, AI가 낯설고 불편한 사람들. 향후 요가강사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50대 이상 시니어 세대들이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이들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고, 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이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요가강사로서 중요한 역량이 될 것이다.


AI 시대 요가강사는 나만의 브랜드가 필요하다. 비둘기 자세나 머리서기 같은 특정 피크포즈에 접근하는 점진적 시퀀스나 어깨, 골반 등 특정 신체부위를 교정하고 단련하는 수련은 이제 AI 홈 수련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AI와 다른 요가강사와는 차별화되는 나만의 요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와인요가’를 나의 브랜드로 정했다. (나는 24년에는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고, 25년에는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와인과 요가를 연결한 다양한 클래스를 열고 싶다.


AI 시대 요가강사는 요가수업을 기획하는 데 AI(나는 Perplexity를 쓴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요즘은 AI와 함께 와인요가 수업을 기획하고 있다. 타깃은 퇴근 후 힐링이 필요한 30~40대 직장인들로, 인사와 오늘의 와인 소개-호흡과 명상-메인 요가 플로우-사바아사나-와인 테이스팅-공유와 마무리 멘트로 구성된 90분짜리 스페셜 클래스다. 미디엄 바디에 부드러운 탄닌, 벨벳 텍스처, 부드러운 피니시가 특징인 메를로(Merlot)는 긴장을 풀어주는 Evening Soft Flow’로, 라이트 바디에 높은 산도, 낮은 탄닌, 우아하고 섬세한 스타일의 피노누아(Pinot Noir)는 디테일과 정렬 중심의 ‘Alignment & Balance Flow’로 포도 품종별 요가맵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AI 시대 좋은 요가강사가 되기 위해 나는 요가 에세이를 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AI가 복제하기 어려운 나만의 언어를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작년 연말, 충동적으로 시작한 브런치북 연재. 총 12회의 목차를 작성하고, 몇 번의 수정 끝에 제목은 ‘요가가 펼쳐준 나의 세계’로 정했다. 놀랍게도 오늘 7번째 글까지, 처음 입력한 목차 제목 그대로 글을 쓰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지난주에 연재한 ‘우리 집에 요가룸이 생겼어요’의 조회수가 1,000회를 훌쩍 넘었다는 것. 보이진 않지만 열렬한(?) 호응에, 일요일 오후 동네 카페에서 요가 에세이 쓰는 시간이 점점 기다려진다.


매주 일요일 오후 동네 카페에서 요가 에세이 쓰기


와인요가 기획안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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