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말고 시드니에서 요가하기

세계 어디든 요가원은 있으니까

by 와인빌런


2023년 7월, 2년간 매일 요가를 한 친구의 제안으로 (당시 나는 1년 남짓 일주일에 한두 번 요가를 했었다) 우리는 발리 우붓으로 일주일간 요가여행을 떠났다. 요가하고 맛있는 거 먹고 마사지 받고 책을 보다 낮잠을 자곤 했던 이 여행은, 주로 메트로폴리탄 위주의 해외여행을 해온 나에게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독특한 여행이었다. 화장을 하지 않고 선크림만 듬뿍 바른 채 요가복을 입고 에코백에 요가타올 구겨넣고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매일 저녁, ‘요가반’, ‘래디언틀리 얼라이브’ 요가원 시간표를 보면서 내일 들을 수업을 찜하고, 수업을 듣고 나선 서로 후기를 나눴다. 첫 날은 ‘수업이 기대보다 별로다’, ‘스퀀스가 마음에 안 든다’, ‘매트에서 냄새가 너무 난다’ 등등 평가하기 바빴는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강사 고유의 스타일을 인정하고 존중하게 되었고, 그러자 모든 수업이 다 좋았다.


한 아사나에서 5분 동안 머무르는 ‘인요가’도 처음해 봤고, 태어나 운동하면서 그렇게 땀을 흘려본 적이 있던가? 음악에 맞춰 빈야사 흐름을 안무처럼 연결한 ‘인사이드 플로우(90분)’도 경험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역시 마지막 사바아사나 시간. 어떤 선생님은 기타를 직접 연주해 주었고, 어떤 수업에서는 핸드팬 연주가 라이브로 이어졌다. 꼭 라이브 음악이 아니어도, 그냥 누워만 있어도 새소리와 바람에 나무 잎사귀들이 흔들리는 자연의 소리도 황홀 그 자체였다.


발리여행 후, 우리의 요가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친구는 아쉬탕가 요가를, 나는 하타요가를 배우기 시작했다. 친구는 아쉬탕가 요가의 자기 주도 수련방식인 ‘마이솔’에 도전했고, 나는 요가 지도자 과정에 도전했다. 우리는 만나면 3시간이고 4시간이고 주구장창 요가 이야기를 나눈다. 요즘 수련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요가 선생님은 어떤 분들인지, 요가원에는 어떤 특이한 사람이 있는지, 요즘 몸 상태는 어떤지, 어떤 요가를 더 해보고 싶은지.


발리에서 만난 요가 선생님들은 대부분 백인이었는데, 근처 호주나 뉴질랜드 출신이 많았다. 발리에서 즐겨갔던 카페도 호주식 브런치 가게였다. 발리를 요가인들의 성지이자 리트릿 여행지로 만드는 데, 상업적으로 가장 기여한 나라가 호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부터 막연히 시드니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대놓고 ‘요가’하러 가는 발리 말고, 그냥 ‘시드니’에 여행가서 요가도 하는 그런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2025년 11월, 시드니로 ‘요가도 하는’ 여행을 떠났다.


우리의 여행은 시드니 인근 ‘Heart&Soul’이라는 리트릿 센터에서 시작됐다. 이 곳에서 생활은 이렇다.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요가를 하고 9시에 아침식사를 한다. 풀밭에 요가매트 깔아놓고 새소리 들으면서 책도 보고 쉬다가, 12시에 점심식사를 한다. 또 쉬다가 4시에 요가를 하고 6시에 저녁식사를 한다. 7시 반에는 ‘요가 니드라’ 명상수업이 있다. 몸은 깊은 수면처럼 이완되지만 의식을 유지하는 요가 명상수업인데, 나는 시작하고 10분 만에 골아 떨어져, 수업 내용에 대한 기억은 없다. 2박 3일간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 진정한 휴식의 시간이었다. 이 곳에서 식사는 모두 비건식으로 제공되는데, 세상에 비건이 이렇게 맛있어도 되나? 두 번, 세 번 리필은 필수였다. 많이 먹어도 속이 편안했다.


요가수업보다 식사시간이 더 기다려졌던 Heart&Soul에서의 2박 3일을 뒤로 하고, 시드니에서 6일을 지냈다. 미술관도 가고, 서점도 가고, 헌터밸리 와이너리 투어도 다녀왔다. 브런치 맛집도 찾아 다니고,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요리와 와인을 페어링한 근사한 저녁식사도 했다. 여기까지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해외여행인데, 이번 시드니 여행에서는 매일 요가 수련을 했다. 써리힐즈에 있는 ‘요가 로프트 시드니’와 레드펀에 있는 ‘허밍퍼피 시드니’에서. 특히, 요가 로프트에서 들었던 빈야사와 인요가 수업이 좋았다. 요가 스트랩을 활용하여 암발란스에 접근하는 시퀀스는 한국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방식이라 정말 좋았다.(요가 선생님들에게 이 요가원을 꼭 추천해 주고 싶다. 많은 도전과 아이디어를 얻어올 수 있는 곳이다.)


친구와 나는 요가를 좋아하는 공통점도 있지만, 여행 메이트로서 더욱 잘 맞는 점은 둘 다 쇼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여정에는 아울렛이나 면세점은 없다. 그냥 지나가다 보이는 로컬 가게에서 소소한 먹거리(잼이나 그래놀라 같은 것들)를 사거나, 그릇이나 책을 사는 정도가 아니면, 쇼핑은 귀국하는 공항 면세점에서 최소한의 기념 선물과 면세가로 와인을 사는 것 말고는 없다. 쇼핑을 안 하는 대신 우리는 택시비를 많이 지출한다. 시드니에서 요가원에 갈 때는 늘 택시를 타고 다녔다. 그 덕에 호텔에서 가까운 요가원 보다는 정말 가보고 싶은 좋은 요가원을 선택할 수 있었다.


발리 여행이 ‘요가의, 요가에 의한, 요가를 위한’ 여행이었다면, 시드니 여행은 ‘요가와 함께 한’ 여행이었다. 늘 하던 여행을 하면서 아침에 요가 일정을 하나 끼워 넣으니, 뭔가 여행과 일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느낌이랄까? 발리나 치앙마이 같은 휴양지에 가서 ‘요가에 집중하는’ 여행을 하는 것도 좋지만, 여행 가서 간 김에 거기 요가원을 다녀보는 ‘요가를 일상으로 하는’ 여행은 여행지 선택의 폭이 더 넓어져서 좋다. 가고싶은 여행지를 선택하고, 거기 요가원을 찾아보면 된다. 세계 어디든, 한국 어디든, 요가원은 있으니까.


하트앤소울
요가 로프트 시드니
허밍퍼피 시드니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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