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거로운 사랑과 우정, 그리고 요가

새봄의 결심

by 와인빌런


지난 주말에 읽은 책(이슬아 작가의 소설, ‘가녀장의 시대’) 덕분에 이번 주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슬아 작가의 집 투어, 북 토크에 이어 마침내 강연 영상으로 이어졌다. 강연 제목은 ‘우리는 왜 번거로운 사랑과 우정을 해야 할까?’. 책과 외모를 보고 내가 상상한 이슬아 작가는 번거로운 사랑과 우정 따위는 하지 않고 그냥 집에서 글을 쓰고 요가를 하는, 다소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사람이었다. (함부로 상상해서 죄송합니다.) 그래서 강연 제목이 정말 뜻밖이었다.


나는 이슬아 작가의 강연에서 AI 시대를 사는 한 가지 힌트를 얻었다. 그녀는 효율과 편안함 대신 번거로움을 감수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가는 힘이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시간을 쓰고 마음을 쓰는 일은 수고롭지만, 바로 그 과정에서 공감과 책임감, 감정의 회복력 같은 인간적인 근육이 자란다는 이야기였다.


나를 힘들게 하는 관계를 손절하라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시대에, 자기 계발과 효율적 시간 활용이 미덕인 시대에, 수고롭더라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밥을 먹는, 서로의 시간을 조금씩 허비해 주는 것이 사랑과 우정의 본질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참 따뜻했다.


요가를 하면서 몸과 마음에 집중하는 훈련을 했고, 어느덧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다기보다는 편안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 않아도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는 유튜브와 인스타에 넘쳐났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늘어나서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곤 했는데,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지난 금요일 회사 동기가 ‘오늘 점심 약속 있어?’하고 물었다. 이번 주 요가수련을 한 번 밖에 못 했기에 금요일 점심시간에는 꼭 요가수업을 가야겠다 마음먹고 있던 터라, ‘응, 있어’라고 대답했다. (급한 업무처리 건이 생기는 바람에 점심시간에도 일을 하게 되어, 결국 요가수업엔 가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식사를 하는 것보다 요가수업을 가거나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이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효율의 시대를 살면서 어느새 나는 번거로운 인간관계를 후 순위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3월이 되었다. 봄이다. 잘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한 번 더 다져보는 시기다. 번거로운 사랑과 우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마음도 먹어본다. 먼저 관심을 담은 질문을 던지고, 먼저 밥 먹자고 연락을 하고. 그리고 언제나처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요가를 할 것이다.


P.S) 먼저 전화해서 밥 먹자는 말을 유달리 잘하는 친구가 있다. 글을 쓰는 내내 그 친구와 얼마 전 함께 먹은 점심이 떠올랐다.


@연희동 Sans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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