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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Dec 04. 2024

취미부자의 정신없는 하루일과

취미가 생활이 되는 마법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면 취미생활은 딴 세상이야기가 된다. 아이들 돌보느라 24시간이 모자란 엄마는 식사나 수면은 늘 쫓기듯 살아야 하는 신데렐라 아닌 신데렐라가 되기 때문이다. 가끔 지역카페에 올라오는 질문들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 없는 시간에 뭐 하세요?‘ ’ 핸드폰만 보고 있다 시간이 다 가는데 뭘 하면 좋을까요?‘ ’ 어떤 취미 가지고 있으신가요?” 다른 이의 의견을 묻는 이야기들이 보이곤 한다. 조금이라도 혼자인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게 아쉬워서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다른 이들의 대답을 읽어보며 타인의 취미도 읽어보지만 내 대답은 입속을 맴돈다. ‘ 내게 재미있어서 권유한 취미에 흥미가 없거나 어렵게 생각하는 반응이 올 수도 있잖아?’. 한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에게 주변은 늘 궁금해했다. 어딜 그렇게 다니는지, 뭘 그렇게 하고 있는지, 왜 매일 도서관에 가는지. 굳이 구체적으로 저리주저리 설명하고 싶지 않아 에둘러 말하고 자리를 뜨면서도 ‘질문을 해준다는 건 내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진짜 궁금한 건가? 아니면 안부 인사일까?’ 역시나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질문을 삼키는 일이 잦다.


다른 이들의 시선이나 오고 가는 대화와는 별개로 나는 언제나 매 시간 부지런히 종종거리며 다양한 취미 생활을 이어가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아무리 생각해도 타고난 본성이나 성향도 있지만 어느 정도 자란 아이들 덕분에 생긴 시간여유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엄마 혼자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순간이 늘어나면서 취미로 하는 일들을 하나라도 더 하기 위해 시간을 잡으려 매번 더 가열하게 움직여본다. 잠시의 시간 틈도 아까워 계속 시간을 체크하며 손과 발이 연신 분주히 움직인다. 켜켜이 쌓여가는 취미들이 모여 의미 있는 미래를 열어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열망이 있었고 결국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어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간다. 무엇을 하든 조금이라도 비는 시간이 생기면 메꿀 수 있는 무언가가 끊임없이 필요하다. 그건 바로 작고 소중한 취미 생활이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하나를 시작하면 다른 하나를 더 하고 싶은 욕심이 자꾸 커진다. 하지만 왜 취미는 끊임없는 소비가 함께여야 하는가? 조금은 서글픈 현실이다.





매일 해야 하는 취미는 걷기와 뜨개 그리고 읽고 쓰기다. 틈틈이 하는 외국어와 철학 수업도 똑같이 지루한 일상에 즐거움을 한 스푼 더해준다. 어쩜 매일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질리지 않고 매번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지 나조차도 신기하다. 어릴 때는 항상 즐겁게 해내지 못했던 일들이 아이를 키우는 반복된 생활에서 삶의 낙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의 학기중과 상반되게 하루의 생활이 자유롭지 못한 방학이나 주말은 스스로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틈새시간을 찾아 헤맨다. 다행히 눈치코치가 있는 남편은 퇴근 후나 주말에는 내 정신건강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근교로 나들이를 가거나 맛집을 찾아가 보자고 권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두고 혼자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최대한 배려해 주어 그나마 숨을 쉬며 살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과는 눈을 떠서 아이들은 보내고 일단 동네 한 바퀴라도 걸어야 한다.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에는 읽을 책 한 두 권과 간단히 할 뜨개질 정도는 들어있기에 언제 어디서라도 틈이 생길 때면 취미 생활에 바로 투입되기에 가방 두둑이 들어있어야 마음이 편안하다. 가끔은 가방에 글을 쓸 아이패드나 노트북을 넣고 다니기도 하지만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나 단어, 생각 등은 핸드폰으로 적을 수 있어 휴대용 글쓰기도 종종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간편한 세상에 살고 있단 말인가?



매일 걸으며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가끔은 버스를 타고 서점이나 전시를 구경하는 일상, 외국어를 익히며 철학 수업을 받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일상, 하루를 마무리하며 남편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한 잔 마시는 일상이 이젠 매일 기계처럼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과가 되어버렸다. 한 번에 많은 일을 할 수가 없는 물리적인 시간의 부족에 메말라 있지만 정해진 시간에 최대한 다양한 걸 접해보려 오늘도 발버둥 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새벽부터 브런치 동기 작가님들과 미트에서 새벽 5시에 매일 만나서 대화를 하거나 글을 쓰는 각자의 새벽시간 활용부터 종일 스스로 걷고 생각하고 읽고 쓰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이 모든 과정들이 자기 전, 그날의 끝에 다다르면 진행 중에 느꼈던 고통은 사라지고 하루를 잘 살아낸 뿌듯함으로 다가온다. 정신없이 허둥지둥 시간에 쫓겼지만 오늘 하루도 잘 지냈구나 스스로에게 칭찬을 선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어릴 때는 반성의 시간은 있어도 자기 성찰의 여유가 그다지 없었던 것 같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아이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자기반성과 삶의 전반과 육아, 나의 미래에 대하 끊임없이 고뇌하고 고찰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복잡한 머릿속과 상처받은 마음들을 치유할 수 있었던 건 생활의 순간순간 과정 속에 취미생활이 건네준 '쉼 한 자락'이었고, 그 틈 안에서 나는 다시 조금 더 성장하고 있다고 어제와 다른 오늘은 또 만들어 냈다고 스스로 믿고 내일을 맞을 용기를 얻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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