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원하는 교대원생]
[EP9. 눈 깜짝할 사이 졸업]
내 삶의 가장 후회 없는 선택이었던, 교육대학원.
군 생활과 기자생활을 연결해준, 교육대학원.
대구에서의 삶의 절반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었던, 교육대학원.
군 생활을 버틸 수 있는 설렘이었고, 대구에 남을 수 있는 핑계였던, 교육대학원.
학문적 즐거움과 유례없을 친분을 쌓으며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 교육대학원.
내게 이런 교육대학원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다. 대학원을 졸업한 지 아직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그 시절을 되돌아보니 참 빠르게 지나갔다. 우왕좌왕 준비 없이 원서를 던지듯 처음 교육대학원 과 사무실에 갔던 그 가을 캠퍼스의 정취와 군복을 입고 드나들었던 신축 사범대학교 7층 강의실, 천원의 아침밥을 먹고 중앙도서관을 이용하며 외면은 군인이지만 대학생처럼 지내고 싶었던 내면의 마음, 아침마다 신문사로 출근하며 지나갔던 캠퍼스의 풍경과 내가 살던 테크노문 근처의 골목 정취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내겐 행운이었고, 행복이었던 교육대학원 생활이었다. 몸은 좀 힘들었고, 생각해보면 어떻게 살았나 생각될 정도로 바쁜 스케줄이었지만, 그 때의 활기와 열정을 가진 내 모습이 함께 스쳐 지나가 상상만으로 미소를 번지게 만든다.
앞선 에피소드에 다루었던 내용들을 제외하고도 참 많은 일들이 이곳 대학원을 졸업하는 과정에서 있었다. 그 때의 내 감정과 소회를 적기보다, 일을 병행하며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던 단순한 일정들을 나열해보며 이번 에피소드를 가름해볼까 한다.
교육대학원은 총 5학기로 진행된다. 나처럼 교원양성과정으로 입학한 경우에는 전공학점과 더불어 교직과목을 들어야 하고, 교직과목에는 교육봉사 60시간 이수와 교생실습 이수, 응급처치교육 2회 이수, 매 학기 인권ㆍ젠더 인식 등 교육 이수, 잠복 결핵 검사와 마약류 중독 검사, 졸업 시험 응시, 무시험과정을 위한 졸업 에세이 작성 등 꽤 복잡한 절차들을 충족해야만 졸업과 함께 2급 교원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1학년 1학기]
군 생활과 병행하며, 평일 주 3회 퇴근 후 수업에 참석했다. 월요일은 교육학개론, 수요일과 목요일에 전공을 각각 한 과목씩 들었다. 원래는 한 학기에 4과목을 듣는 것이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졸업 루트였지만, 당시 군 복무 중인 환경을 감안하여 첫 학기에는 한 과목을 듣지 않았다. 이 때는 학업보다 군 생활에 좀 더 초점을 맞췄던 것 같다. 군 생활이 주 임무였고, 교육대학원은 부수적인 것이었기에 이 둘을 병행하는 것에 적응하는 것을 가장 우선적인 과제로 삼았다. 운이 좋게도 이 학기에 좋은 성적을 얻었다. 토론식 수업 적응력과 중간 기말 레포트 작성 능력을 인정받아 감사히 다음학기 성적 장학금을 받게 됐다.
[1학년 2학기]
지휘관께는 죄송했지만, 이 학기부터는 평일 주 4회 수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 다행히 1학기에 군 생활과 대학원 생활을 병행하는 노하우를 좀 터득한 상태여서 그나마 큰 문제 없이 학기를 끝 마쳤다. 이때는 월, 수, 목, 금 수업이었다. 월요일과 금요일에 교직 수업을 들었고, 수요일과 목요일에 전공 수업을 들었다. 당시 다른 동기들은 응급처치교육 등 교원자격증 취득을 위한 여러 요건들을 먼저 이수하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일을 벌릴 수 있는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없었기에 무사한 학기 수료에 초점을 맞췄다. 감사하게도 이 학기에도 좋은 성적을 받아 성적 장학금을 받으며 무사히 학기를 마쳤다.
[2학년 1학기]
말년 중위로서 딱히 받을 수 있거나 누릴 수 있는 대우라는 것은 없었지만, 이전과 다르게 크게 눈치보지 않고 평일 주 4회 수업을 들었다. 앞선 에피소드에서 약술했듯이, 이 시기에는 군 생활과 대학원 생활을 병행하며 취업 준비를 위한 자격증 취득 등의 일도 함께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학기였다. 전공 두 과목과 교직과목 두 과목을 들었다. 성적은 이전보다 떨어졌지만, 취업 준비와 병행하며 취업에 성공하면서 나름 준수한 성적을 얻은 것에 만족했었다. 특히, 무사히 군 생활을 마치면서 교육대학원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2학년 2학기]
기자 생활과 병행하며 대학원을 병행하게 됐다. 일~목으로 근무하는 신문사 특성을 살려서, 금요일에 학부생 교직 과목을 신청하여 교직 두 과목을 금요일에 몰아서 들었다. 그리고 월요일 퇴근 후 교직과목을 하나 더 들었다. 전공은 졸업요건에 딱 맞을 정도로 한 과목만 들었다. 기자 업무 특성 상 퇴근 후 저녁 자리가 많았지만, 가능하면 전공 수업이 있는 목요일만 빼고 약속을 잡았고, 부득이 목요일 약속이 잡힌 경우에는 수업을 마치고 합류했다. 특히, 이 시기부터는 그동안 미뤄왔던 졸업 요건 충족을 위해 힘 썼다. 응급처치교육을 2시간 이수했고, 교육봉사를 시작했다. 휴무일인 금요일 오전 0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씩 달서구에 위치한초등학교 도서관으로 가서 교육봉사를 이수했다. 약 6개월에 걸쳐 금요일 오전에 봉사활동을 하며 결국 60시간을 다 채웠다. 금요일 오전 교육봉사를 마치고 바로 대학원 수업을 연달아 들으러 이동했다. 금요일이 쉬는 날이었지만 쉬는 날 같지 않았다. 그리고 이 시기에 졸업 시험을 응시하여 통과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과 교과교육론에 관한 졸업 시험 문항이었다.
[3학년 1학기]
마찬가지로 기자 생활과 마지막 학기를 병행했다. 주말을 이용하여 구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응급처치 교육을 이수하여 졸업요건을 충족했고, 교육봉사 60시간도 이 학기 시작과 함께 마무리지었다. 전공 한 과목을 들었고, 교직 3과목을 들었다. 교직 3과목에는 교육봉사활동 실적만 제출하면 되는 수업이 있었고, 교생실습 과목이 있어서 실질적으로 수업을 들은 것은 한 과목이었다. 그렇게 전공 한 과목과 교직 한 과목 수업을 매주 들었고, 기자 생활도 병행했다. 5월이 되어 교생실습과 기자생활을 병행했다. 바쁘디 바쁜 5월이 지나고 무논문 검정 과정을 이수하기 위한 레포트를 작성했다. ‘윤리주의’라는 제목으로 6월 초까지 레포트를 최종 검토받아 제출했다. 종강을 위해 모든 레포트와 성적을 마감했고, 마약류 중독검사와 각종 인적성검사도 마쳤다. 그렇게 무사히, 일 병행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임용시험 준비를 병행했다. 기자 생활과 대학원 생활, 교생실습과 임용시험 준비를 병행했다. 초반에는 원서를 읽고 교육학 서브노트를 이해하는 작업을 했다. 스터디 파트너 동기 형과 함께 일정을 맞춰 순서대로 원서와 기본서들을 읽어나갔다. 졸업 이후 모의고사를 풀어보며 임용준비를 꾸역꾸역 이어나갔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 석사 가운을 입고 교정에서 졸업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 시절이 있어서, 지금의 감사한 나도 있는 것 같아 내심 뿌듯하기도 하다.
(다음 화 예고) : EP10. 교대(Trade)를 원하는 여정으로서의 교육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