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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전역증과 석사 학위를 남기고 사라진

[교대원하는 교대원생]

by 안이오

[Epilogue. 전역증과 석사 학위를 남기고 사라진 20대 중반]


스무 살 초반은 대학 생활, 연애, 이별, ROTC, 대학 졸업장과 함께 순삭됐다. 그리고 군에 들어가며 맞이하게 된 스무 살 중반의 삶은 조금 나을 줄 알았다. 군대 가서 사람 된다고 나도 그럴 줄 알았고, 사회인으로서 보다 늠름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은 사라져 있을 줄 알았다. 시행착오도 이젠 없을 줄 알았다.


그 모든 것은 ‘자연주의의 오류’였다. 나이가 든다는 사실에서 어리석지 않을 것이라는 당위를 도출해낸 오류 그 자체였다. 나이만 한 두 살 더 먹었을뿐, 정신적으로나 생활적으로나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어쩌면 좀 더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고, 도덕적 정당화와 심리적 합리화에 능숙해진 사람이 됐던 것 같다.


군 복무와 함께 맞이한 스무 살 중반은 대학원 졸업과 함께 끝났다. 되돌아보면, 역시, 스무 살 후반으로 넘어가는 지금도 마찬가지로 정신적으로나 생활적으로 바뀐 것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외적인 조건들은 정말 많이 변해왔던 시기를 지나왔고, 지금도 새롭게 바뀐 환경에서 적응하며 스무 살 후반을 맞이하고 있다.


군 복무로 인해 시작하게 된 대구에서의 생활, 우연한 기회를 통해 병행하게 된 교육대학원, 교육대학원 남은 시기를 버텨보기 위한 기자 생활, 그로부터 시작된 일곱 가지 직업 교대의 꿈을 향한 여정은 내 머릿속과 이력서에 남았다. 세밀하게 내 기억들과 감정들을 곱씹다보면 그 시기에 빠르게 지나던 소중한 인연들과 추억들도 가슴 한 켠에 남아있지만, 사실 전역증과 석사 학위기와 함께 너무나도 빠르게 나의 스무 살 중반의 시기가 지난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전역 일을 기다리고 거꾸로 가는 듯한 국방부의 시계를 고쳐 놓기까지 24~26살이 지나갔다. 교육대학원 입학, 취업 준비, 기자 생활과 임용 준비로 26~27살이 눈 깜짝할 사이에 꿈처럼 지나갔다. 꿈 같다는 말이 참으로 맞는 말이다. 대구에서의 3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꿈만 같다. 꿈을 깨보니 고향인 인천으로 돌아와 있었고, 내 손에 쥐어진 것은 전역증과 석사 학위증, 그리고 다시 받은 공무원증이었다.


한순간의 꿈처럼 지나가 버린 나의 스무 살 중반을 성찰하며 정의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듯싶다. 여러 실수, 과오가 있어 또 다른 흑역사들을 생산한 시기지만, 내게 없어서는 안 됐을 중요한 경험의 지지대를 세울 수 있었던 20대 중반이 아니었을까. 아니라 할지라도, 나 스스로는 그렇게 규정해보려고 한다. 내가 그렇게 믿고 살아가야 그 때의 내 열정과 노력의 시간들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부디, 이제 막 시작한 스무 살 후반, 그리고 곧 시작하게 될 서른 살 초반의 나는 보다 성숙한 정서와 심리 상태를 가지면서도 이전의 도전정신과 열정의 자세를 잃지 않는 삶을 살고 있길 바라며, 스무 살 중반의 삶도 어찌저찌 버티며 살아온 나에게 심심한 격려를 보낸다.


이로써 [교대원하는 교대원생]을 마칩니다.


※ 다음 연재 예고 : [Let’s be hugged to 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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