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밤의 길목에 서서
알려지지 않은 곡과 알려진 곡,
모두가 아는 죽음, 모두가 알지 못하는 죽음.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음악에 관한 호기심은 끝이 없었다.
언제나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어서
수많은 음악 사이트들을 다녔다.
그러던 중, 어쩌다 보니 굉장한 블로그를 발견했다.
최신 팝송과 올드팝, 힙합, 인디, 컨트리 음악까지
고루 섭렵한 이가 운영하는 듯했다.
그 사람의 나이를 도저히 가늠할 수는 없었으나
최신곡들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아
어린 친구가 아닐까, 추측하곤 했다.
한 가지 알 수 있는 점은,
그 블로그가 영국 사이트였으니
운영자가 영국에 사는 사람이라는 것.
그것 말고는 없었다.
나는 가끔 생각날 때마다
그 블로그를 방문해서 음악을 들었다.
나만 알고 싶었던 곳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인기가 높아졌고
어느덧 그곳에선 음악을 듣는 것보다
방문자와 운영자,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어느 날부터였는지 그 블로그는
업데이트 없이 그 자리에 멈춰있었다.
나는 나가기 버튼을 누르다 말고
스크롤을 내려 이제껏 스쳐지나쳤던
방문자들이 쓴 안부글을 읽었다.
거기엔 운영자의 건강이 괜찮냐며
빨리 낫길 바란다고, 우리 모두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고 나서 몇 주후에
음악이 아닌 글이 올라왔다.
번역해보면 이러했다.
모두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심장이 뛰고 있는 걸 보니 하늘까지 가기엔
아직은 아닌가 봅니다. 하지만 조만간이겠지요.
제 삶은 언제나 음악과 함께해서 기뻤습니다.
아마 당신들은 앞으로
저보다 더 많은 음악을 듣고 볼 수 있겠죠.
음악을 듣는 시간은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여러분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빕니다.
얼마 후
그 블로그는 사라졌다.
살아보니 인생 별것 아니더라.
우린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살아.
지금, 여기, 이 순간
오늘, 술잔을 기울이다 말고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아는 사람의 '본인상' 문자를 받고
장례식에 다녀온 얘기와 함께.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러니까 보름달이 더 높아질 때까지,
더 밝아질 때까지
우리의 이야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터덜터덜 집에 오는 길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데
예전 그 블로그에서 들었던 노래가 흘러나왔다.
손바닥을 펴고 후 불면 날아갈까.
슬펐던 순간들, 힘들었던 시간들.
불현듯 떠올라 나를 아프게 하는 모든 것들.
턴테이블에 오늘 밤을 올리면 어떤 곡이 나올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곡과 알려진 곡을 위해,
모두가 아는 죽음, 모두가 알지 못하는 죽음을 위해
기도해야겠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영원한 밤이 되도록.
p.s 새로 준비하는 에세이집에 실릴 이야기입니다:)
무심코 지나친 하루의 풍경들을 차곡차곡 담은 에세이예요.
출간 전까지는 조금씩 연재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