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친구가 생긴 날
당신과 나는 아주 먼 곳에 떨어져 있을 수도 있고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겠죠.
어쩌면 오늘 지나쳤을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어떤 친구,
어떤 인연이었겠죠.
저녁 무렵 새로 산 향초를 켜고 한참 바라보다가
나무 심지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을 때쯤
라디오가 눈에 들어왔다.
자려다 말고 그냥 아무 채널에 맞춰서
내키는 데로 듣고 있었는데
마침 흘러나오는 곡이 딱 내 마음과 같았다.
고마운 생각에 핸드폰을 들고
생애 처음으로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내 문자가 소개됐다.
누군가가 나의 메시지를,
나의 편지를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답장을 받았을 때 나는 어떤 기분이
제일 먼저 들었던가.
언제나 궁금했던 문제가 오늘에서야 풀렸다.
더 나아가 내 얘기를 누군가가 같이 들어준다는 것,
같이 끄덕여준다는 것은
정말 낭만적인 일이 아니었던가.
기쁜 마음에 계속 듣고 있는데
노래 한 곡이 지나고 재밌는 사연이 소개됐다.
어떤 사람이 아까 소개된 내 사연을 듣고
자신의 친구가 보낸 것 같다며 얘기했다.
"먼 곳에 있는 친구야, 너도 이 라디오를 듣는구나. 역시 우린 통해"
DJ는 신기하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지만
사연의 핸드폰 뒷번호를 들으니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통하는 비밀친구를 얻었으니
위안이 됐다.
라디오가 끝나고 만약 이게 영화였다면
어떤 결말이 났을까,
그런 상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영화 같은 이야기는 늘 우리 주변에서 맴돈다.
흘려보내면 일상이 되고
붙잡으면 영화가 된다.
오늘처럼.
아마 한동안은 이 라디오를 계속 듣게 될 것 같다.
비밀친구 만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