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닿을 수 없는 먼지 같았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을 가만히 바라보다
유유히 떠다니는 먼지가 보이면
가까이 가서 손을 내밀었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었다.
오늘은 내가 길을 잃은 먼지 같았으므로.
꼭 그런 날의 먼지처럼.
며칠 내내 비가 오다가
오랜만에 날씨가 좋았다.
도서관 앞에 나와 벤치에 앉아보니
그래도 조금은 축축했다.
옆에는 쉴 새 없이 얘기하는 학생들이 앉아있었다.
나는 음악 대신 그들이 내뱉는,
갈 길 잃은 낱말들도 주웠다.
그것들이 보이진 않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었다.
어쩐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의 말 같았으니까.
뒤를 돌아보니 오늘따라
정독도서관의 회색빛이 처연해 보였다.
집에 가는 길에 처음 본 카페에 들러
호두파이를 하나 사고 버스에 탔다.
멀리멀리 도망가야지. 아무도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자, 이어폰을 꽂고 음악 재생을 눌러야겠다.
이제 도망갈 준비는 끝났어.
그곳에서 라디오헤드의 creep이 흘러나왔다.
날씨가 좋은 토요일이었다.
C.A가 끝나고 남들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갈 때
하필 나와 내 친구 두 명은 청소당번이었다.
대충 쓰레받기로 먼지를 쓸어 담고 있을 무렵
복도 청소를 하던 친구 한 명이 뛰어 들어왔다.
"옆에 음악실에서 밴드부 연습하나 봐."
우리 셋 다 빗자루를 들고 쪼르르 달려갔다.
문에 종이를 붙여놔서
음악실 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노래는 들렸다.
"어, 이거 라디오헤드 노래인데?"
"나 요즘 진짜 많이 듣는 노랜데."
"나도 나도."
"이번 축제 때 이거 부를 건가 봐."
1절이 끝나갈 무렵
등 뒤에서 짜증 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네 청소 안 하고 뭐해?"
순간 누군가가 내 머리를 탁 쳤다.
너무 놀라서 "네?" 하고 뒤돌아보니
어떤 여자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서 있었다.
버스 벨을 누르려다 가방으로 내 머리를
내리친 모양이었다.
"죄송합..." 말이 끝나기 전에 정류장에 도착했고
그 여자는 도망치듯 내렸다.
나는 집에 오는 내내 계속 웃음이 났다.
하필 선생님이 우릴 불렀던 순간이 떠올랐을 때,
어떤 여자가 내 머리를 쳤던 것이었다.
마치 4D로 만든 추억 체험관에 다녀온 느낌.
어쩌면 오늘 겪은 일은 2100년 쯤에나
실현될 일이었다.
나는 걸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결코 닿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누구도 돌릴 수 없는 시간들.
그날 책상 사이로 떠다녔던 먼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다들 집엔 잘 찾아갔을까.
그날 우리가 내뱉은 말들은 다 흩어져 버렸어.
그럼에도 참 다행인 건,
그날 우리가 들었던 노래는 여기 그대로 있어.
변하지 않고 계속 있어서 정말 좋아.
너도 그렇지 않니.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날의 너네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