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tin M Oct 18. 2021

코시국, 영국 유학하기 딱 좋은 때

서른 여덟, 두살 아기 엄마의 결심  

1화. 지금 이 순간. 

왜 지금 이순간, 하필 이런 때 영국 유학을 하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았기에’ 이다. 서른 전후부터 늘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석사 공부가 있었다. 미스 때부터 저축하여 삼천만원을 모았고 그 통장의 제목은 늘 학비 였다. 그러나, 서른셋에 양가 도움 없이 신혼 살림을 시작하기에 삼천만원이라는 목돈은 더 이상 통장에 숨겨놓을 수 없었다. 전재산을 털어 결혼을 하고 묵혀두었던 목돈은 재테크 씨드머니가 되었다. 서른 여섯에는 아기가 태어나고 출산 및 육아 휴직에 들어갔다. 


아이가 태어나고 돌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은 긴 시간을 지났다. 인생 첫 엄마라는 역할은 널뛰는 호르몬에, 사회의 고정관념에, 스스로의 자책에 매일 시달리며 꽤 높다고 생각했던 나의 자존감을 바닥으로 메다 꽂았다. 돌이 지나 아기가 걷고 유아식도 시작하자 나의 자아도 원시인 같은 삶을 벗어나 서서히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복직의 시간이 다가왔다. 코시국에 직격탄을 맞은 나의 회사는 복직 대신 당분간 유급 휴직을 권했고 나에겐 시간이 조금 생겼다.


그제서야 내 안의 외침과 마주했다. 잠깐만, 지난 2년간 나를 위한 시간은 하나도 없었는데 이대로 정말 괜찮은가? 그때부터 아기가 잠들고 나면 틈틈이 무엇을 원하는 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나의 주어진 환경과 시간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했다. 그 무렵, 나는 지식에 대한 갈망이 컸다. 초보 엄마는 매번 아이에 관한 모든 결정의 연속이 버거웠다. 정보의 바다에 짓눌려 결국 휘둘리듯 결정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결정 후에도 맞는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그럴 때마다 아기가 자는 시간에 육아 서적과 강의를 들으며 팩트를 알고자 노력했다. 팩트를 알고 나니 나의 육아에 중심이 서고 마음이 편안했다. 그래서 나는 지식을 습득하는 정규 학위 공부가 하고 싶었다. 지난 이 년간 임신, 출산, 육아를 거쳐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절실했으며, 이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나로써 엄마로써 또 커리어우먼으로서 살아야 할지 방향을 세우고 싶었다. 전공과 관련된 석사 공부를 통해 지난 십여년간 쌓아온 나의 커리어의 확장도 꾀하고 싶었다. 


서른 즈음부터 공부를 생각해왔기에 몇 년간의 시간을 거쳐 싱글일때, 신혼일때, 엄마가 된 후 각각 내가 원하는 학위와 공부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물론 학사 졸업한 것이 십 년도 더 된 일이긴 하지만 아이가 있기 전과 후의 나의 기준은 예전과 비하면 참 많이 달라져 있었다. 


<싱글이거나, 아이가 있기 전 선택기준> 

1. 전공 분야의 최고 교수진이 제공하는 코스를 찾겠다 

2. 국내외 정규 과정을 모두 고려할 것이며 네임밸류 또한 중요하다

3. 학비와 생활비는 공부하려고 결심한 이상 필요한 만큼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이가 생긴 후 선택기준> 

1. 전공 분야의 최고 교수진을 찾는 것, 네임밸류 또한 중요하지만 최우선은 아니다 

2. 석사 과정 학업 기간이 짧을수록 좋다

3. 수업과 공부 시간은 온라인이 편안하며 아이가 자는 시간을 주로 활용 한다

4. 학비와 생활비가 적을수록 좋다


이처럼 나의 기준이 크게 달라져 있었기 때문에 과거 지원 했던 코스 외에도 폭넓게 다시 써칭을 시작했다. 곰곰이 생각해 볼수록 제작 년 임신을 알게 되고 원서 합격 후 포기했던 영국 석사 과정이 자꾸 아른거렸다. 그러나, 이제 나는 갓 돌을 넘긴 아기의 엄마였다. 과연 내가 유학을 고려할 수 있을까? 남편에겐 아무말 않고 조심스레 유학원에 현재 상황을 문의하니 갑작스러운 코시국에 모든 수업이 비 대면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으나 정상적으로 수속이 가능하다고 했다. 심장이 쿵쾅 거리기 시작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코시국에 만난 영국 석사 과정은 나의 학업 조건과 편안하게 부합했다. 국내 석사 과정도 동시에 알아보았는데, 금액 적으로 또 시간 적으로 비교해도 영국 석사 과정이 메리트가 있었다. 


<영국 석사 환경>

1. 석사 기간이 1년으로 짧다 (전공에 따라 다르나 1년이 많다)

2. 시차로 인하여 수업은 한국 시간 저녁 6시부터 9시 까지 임 (런던 아침9시 시작)

3. 학비는 2천8백 만원 선 (한국 2년 석사와 비슷)

4. 코로나로 인하여 비 대면 온라인 수업이라 런던 체류 비가 들지 않음 


두 살 애기 엄마가 해외 유학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짜릿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작년 당시에 코로나로 인하여 모든 것이 불투명 할 때였다. 영국 석사 과정을 한국에서 모든 과정을 마칠 수 있을지, 한 학기 정도는 런던에 체류해야 하는지 어느 곳 하나 뚜렷이 답을 내놓는 곳은 없었고 비자 문제 또한 얽혀 복잡했다. 학교에서는 그저 정상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고 다음 첫 학기는 비 대면 온라인 수업이며, 코로나 상황이 잠잠해지면 정부 방침에 따라 캠퍼스 대면 수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라고 안내가 왔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나는 조용히 서류 지원 준비에 착수했다. 


작년 봄, 먼저 해야 할 일은 가고자 하는 학교와 코스를 정하는 일 이었다. 유학원 상담도 하고 런던에서 유학한 지인들께 물어도 보며 1,2,3 지망 학교와 전공과목을 정했다. 물론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으나 몇 년 전부터 결심한 일 이었고 그간 직무 상 영어로 읽고 쓰고 말하기가 종종 하는 일 이었기에 크게 걸림돌은 되지 않았다. 유학원을 통해 아래 서류를 갖추고 총 세 군데 학교에 지원을 했다. 


<영국 석사 지원 서류>

1. 전공에 따른 자기소개서 (전공에 따라 포트폴리오 제출)

2. 이력서 

3. 추천서


각종 개인정보 서류 삼 주 후 지원한 세 군데 모두 합격 메일을 받았고 그 중 한곳은 장학금도 제시했다. 너무 고민이 되었지만 혹시 나중에 영국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런던에서 캠퍼스 생활을 하고 싶었기에 어렵게 한군데로 결정 후 학교에서 최종 합격 오퍼를 받았다. 몇 달간의 치열한 고민 끝에 칼자루는 내 손에 쥐어졌고 이제 결정만 하면 되는 일 이었다. 드디어 신랑과 상의를 할 타이밍이 찾아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