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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tin M Oct 18. 2021

런던행을 결심 하다

기회를 잡는 용기에 관하여 

4화. 기회를 잡는 용기에 관하여 

코시국 국내 거점 유학 생활이 서서히 익숙해져갔고 첫 번째 리포트 과제를 무사히 마쳤다. 첫 리포트라 아카데믹 라이팅 작성법을 하나 하나 익혀갔다. 학교에서 제공 해주는 전공 외 아카데믹 영어 수업을 통해 리포트 형식은 어떻게 구성 해야 하는지, 레퍼런싱은 어떻게 하는지, 아카데믹 단어나 접속어의 종류 등 리포트를 위한 전공과목 공부 외 에도 영어 공부를 병행하며 느리게 그러나 꾸준히 첫 과제를 제출 하였다. 막판에는 며칠 꼬박 밤을 새워 마감 기한 2분 전에 제출하는 짜릿함도 맛봤다. 몇 주 후 첫 과제에 대한 성적을 확인했는데 전 과목 A 라는 성적이 주어 졌다.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시간 안에서 나름 부지런히 최선을 다 했는데 이런 결과로 이어지다니! 온전히 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성취감을 맛본 게 얼마 만이란 말인가? 그것도 한국 안에 내 방구석에서 말이다!


두 번째 과제는 팀워크 였다. 네 명의 팀원들과 함께 업계의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내용을 바탕으로 8분짜리 합동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이 과정에 대한 짧은 에세이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두달 간의 준비 시간이 주어졌고 팀원들과 줌으로 매주 미팅 시간을 정하여 차근차근 과제를 수행해 나갔다. 네 명의 팀원 모두 다른 국적, 다른 나라에 있어 전문가 인터뷰를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8분의 시간 제한 내 발표하느라 각자 분량의 대본을 짜고 녹화를 하며 PT 준비도 일주일 가량 소요 되었다. 이후 개별 에세이를 통해 잘된 점, 개선할 점, 아쉬운 점 등을 작성했다. 이렇게 한 학기 내 여러 형태의 과제를 통해 다양한 아카데믹 스킬을 익힐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는데 아카데믹 리서치, 리포트 작성, 전문가 인터뷰, 프레젠테이션, 후기 까지 작성하면서 다방면에서 능동적인 학습을 위해 설계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점점 자신감을 회복했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이 재미있었다. 


무사히 세달간의 시간이 지나 첫 학기를 마치고 새해가 밝았다. 신랑의 육아 휴직이 끝나가며 우리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지금 탄력 받았는데 신랑이 복직하고 나면 나는 다시 주간에 풀육아, 야간에 공부를 하는 스케줄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아쉽다. 신랑도 예상 외의 결과를 보고 몇 주간 진지하게 고민한 후 회사를 하루 다녀오더니 육아 휴직을 육 개월 더 쓰기로 겨우 허락을 받았으니 회사에서 짤 리기 전에 나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라 했다. 그만큼 두 살아기 육아가 정말 고된 일 임을 알기에 나는 그간 나의 수고와 노력을 알아 준 신랑에게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 결단 해준 신랑이 있어서 인가 나는 점점 더 대담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첫 학기가 벌써 지나갔고 이제 연초에 시작하는 두 번째 학기가 지나고 나면 바로 논문 집필로 들어가고 일 년 과정이 마무리 된다. 두 번째 학기에는 짧게 라도 런던을 꼭 느껴 보고 싶었다. 12주간 런던에 다녀올 생각 으로 조심스레 독채 숙소와 직항 비행 편을 예약했다. 예약은 했지만 밤마다 신랑과 이런저런 상의를 하며 심란한 마음이 앞섰다. 


<코시국 런던 출국 전 마음의 소리>

1. 내가 아기랑 과연 세 달이나 떨어져 지낼 수 있을까?

2. 그 시국에 해외에 나갔다가 코로나 바이러스라도 걸리면 나는 어떻게 될까?

3. 학생 비자로 아플 때 메디컬 케어는 받을 수 있겠지만 아는 이 하나 없다. 

4. 그래도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기에 붙잡고 싶다.


출국, 귀국 일정은 앞 뒤로 자가 격리 기간을 포함하여 혹시 아플 경우 까지 생각하여 신랑 복직 스케줄에 무리 없도록 고려하여 정했다. 그렇다면 결정이 선 만큼 하루라도 빨리 출국하고 일상으로 시간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 현명 했다. 그 무렵 아기는 자기 주장은 늘었는데 말은 못하니 떼굴떼굴 구르며 떼를 부리는 시기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곧 두돌 인데 못 챙겨 주는 미안함이 컸다. 내가 과연 아이와 떨어 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내가 런던에서 경험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며 가는 것으로 결정 했다. 


<코시국 런던에서 경험하고 싶은 것들>

1. 뉴노멀 시대에 달라진 영국을 경험 하고 싶다. 

2. 관련 업계에 흐름을 파악하고 통찰력 있는 논문 주제를 정하고 싶다.

3. 이미 반 이상 동기들이 런던에 도착했으므로 캠퍼스에서 만나보고 싶다.

4. 아이와 떨어져 온전히 나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그러나,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며 시시각각 국내외 상황이 변했다. 그 무렵, 인천-런던간의 직항 비행 편이 끊어졌다. 경유 편을 통해 입국하는 방법이 있었으나 각국 간 비행 편 스케줄과 입국 조건이 매일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런던에 도착하지 못하고 돌아올 수 도 있었다. 이렇게 일정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고, 해프닝으로 끝난 후 두 번째 학기를 시작하여 중반까지 진행하고 있었다. 


그 해 초봄 두 번째 학기의 과제 브리핑이 있을 때 즈음 항공사에서 연락이 왔다. 환불이 불리했기에 취소했던 런던 직항 항공편이 재개 될 예정이라며 예약을 하겠냐고 말이다. 이제 막 아기의 두 돌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신랑의 복직 스케줄에서 역순으로 계산하면 나에게는 딱 두달 간의 시간이 있었다. 나는 기회를 잡았다. 


한 주 앞으로 다가온 아기 두 살 생일을 보내고 이틀 후에 바로 출국 하기로 결정했다. 일정에 맞추어 독채 숙소도 급히 예약하고 조촐히 아이의 생일 파티도 하고, 코로나 검사를 마치고 이틀 만에 짐을 싸고 서둘러 출국 채비를 마쳤다. 출국 전날은 잠이 오지 않아 꼬박 밤을 지새웠다. 공항 버스도 전부 끊겨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공항 철도를 이용해야 했고 홍대 입구 역에 데려다 주면서 신랑과 나는 누구 하나 선뜻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차에서 내리며 신랑과 아기와 작별 인사를 하고 인천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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