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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tin M Oct 18. 2021

미지의 세계는 짜릿해

뉴노멀 새로운 런던   

5화. 미지의 세계는 짜릿해 

불안함을 안고 대한 항공 국제선 런던 행에 올랐다. 코로나 이후 첫 비행이라 마스크는 물론이고 페이스 쉴드, 장갑, 소독젤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지만 코시국이라 비행 편은 매우 한가 했다. 런던 도착 후 강화된 입국 절차를 거쳐 비자에 입국 도장을 받고 예약해둔 숙소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급히 입국을 확정했던 터라 숙소는 런던 중심가에 위치한 리스트 중 장기 숙박이 가능한 것을 고를 수 밖에 없었는데 도착해보니 거실 큰 창에서 봄 꽃이 피어난 아름다운 나무와 공원이 내려다 보이는 넉넉한 크기의 독채 플랏 이었다. 방 하나, 거실 하나, 주방과 화장실이 있어 안전히 지낼 수 있었으며 코시국이 아니면 감히 이런 위치에 이런 퀄리티의 플랫을 절대 구하지 못했으리라 확신이 들었다. 주인 아저씨의 배려로 미리 장을 봐주셔서 냉장고가 채워져 있었고 마음 편히 자가 격리를 시작 할 수 있었다. 바쁘게 몸을 움직여 짐을 풀고 구석구석 편한 모양새를 갖추고 나자 깜깜한 밤이 되었고 그제서야 소파에 걸 터 앉아 텅 빈 공원을 내려다 보면서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코시국에 내가 정말 여기를 오긴 왔구나... 싶었다. 


영국은 자가 격리 시 앱을 통하여 위치를 파악하고 2일차와 8일차 두 번의 코로나 바이러스 셀프 테스트를 거쳐 음성 결과 확인 후 10일 후 종료 된다. 나는 안내된 대로 미리 주문해둔 코로나 바이러스 테스트기를 사용하여 밀봉한 상자를 근처 가장 가까운 우체통에 직접 드랍 했다. 출국 전 처음 받아 본 테스트도 고역이었지만, 거울 보고 혼자 진행하려니 적잖은 용기가 필요했다. 집 앞 백 미터 거리에 우체통까지 걸어갈 때 낯선 런던 거리의 풍경, 냄새와 소리를 느껴보았다. 4월 초 였지만 런던은 아직 추웠다. 입국 후 사흘 차에 저장해둔 식료품이 모두 떨어졌고 온라인 슈퍼마켓에서 딜리버리를 시켰는데 내 신용카드가 도난당한 카드로 의심된다는 알람이 뜨면서 결재가 취소되었다. 당장 마실 물도 없는데 큰일 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미국인 동기가 직접 장을 봐서 자전거로 20분 거리를 와서 문고리에 걸어주고 갔다. 춥다는 말에 겨울 파자마도 요가 매트도 주문해 주었다. 덕분에 자가 격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런던에 도착한 후 매일 오전 6시에 한국 시간에 맞추어 아기가 자러 가기 전 화상 통화를 했다. 화상이지만 아이에게 책도 읽어주고 노래도 불러주었다. 자가 격리 중 내 생일이었는데 신랑이 아기와 생일 케이크를 준비해 같이 노래를 부르고 초도 꺼주었다. 가족이 그리워 눈물이 핑 돌았지만 나에게는 8주간의 시간이 있고 꽉 채워 보내고 싶었기에 마음을 다잡았다. 


격리 후 첫 외출에 나섰다. 집 근처 첼시 하버를 시작으로 느릿느릿 템즈 강변을 따라 런던 아이까지 두 시간 가량을 걸었다. 마지막으로 와본 런던은 몇 년 전 출장 때 였는데, 그 많던 관광객이 모두 사라진 지금 평일 낮 런던은 매우 한가했고 새롭게 느껴졌다. 이때 런던은 백신 접종 시작 후 코로나 확진 자 수가 최저로 감소 하여 거리 두기를 완화 하며 실내 상점, 야외 카페와 레스토랑 등 순차적으로 영업을 재개하던 시점 이었다. BBC 뉴스에서는 일년 넘게 처음 헤어 커트를 한다며 미용실에서 감격의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나왔다. 자가 격리 기간 중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부군 필립 공이 별세 하였는데, 이날 돌아오는 길에 나도 버킹엄 궁전 앞에 들러 길가에 놓여 진 수많은 꽃들과 함께 잠시 묵념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최소한이지만 일상생활을 유지했던 우리나라와는 달리 런던은 모든 일상을 강제로 락다운 하는 상황을 여러 번 겪으며 생존을 위해 혁신 할 수 밖에 없었고 새롭게 만난 런던은 아주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다. 


<새로운 런던의 모습들>

1. 거리두기가 가능한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이 더 많았고 대중교통 및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었음.  

2. 일상에 현금 사용이 사라졌고 어디에서도 컨택 리스 결재가 당연 시 되었음. 현금은 아예 안 받는 곳이 많아서 환전해 간 지폐를 쓸 곳이 없었음. 

3. 모바일 기반으로 사용하는 대안 은행 들이 많이 생겼고 카드 사용 또한 줄어 듬. 

4. 식료품 및 생필품 배달 업체들이 많이 생겼고 배달 품목 또한 매우 다양함.    

5. 이러한 생활 방식에 익숙해진 근로자들은 이전같이 정해 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근로 방식을 거부하고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적극 주장하고 있음. 

6. 대학에서는 이제 두 가지 이상의 전공 분야가 합쳐 진 새로운 과정을 만들어 사회 변화에 맞는 인재 육성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음.  


이처럼 내가 아는 유럽 맞나? 싶을 정도로 한국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 없는 빠른 결재와 서비스, 딜리버리가 가능하도록 런던은 진화해 있었다. 이 모든 것의 근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새로운 사업에 대한 지원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의 힘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동기들을 처음 만났다. 여자 다섯 명과 함께 안전거리를 지키며 모였는데 줌으로 매주 만나는 사이라 첫 만남이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 고민거리 등을 나누었다. 이후 런던에 있는 동안 거의 매주 만나서 한적한 관광지, 야외 공원, 캠퍼스에도 같이 가며 우정을 쌓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고 오기를 잘했구나 싶었다. 또한 영국 현지인 카페를 통해 온라인으로 알게 된 두 명과도 친분을 쌓았는데, 한 명은 신혼부부인데 와이프 혼자 석사 유학을 와서 공부하고 있는 같은 처지의 친구 였고, 또 한 명은 동네 산책을 같이하는 친구로 외국인 파트너와 교제 중인 친구 였다. 두 명에게 런던의 생활 정보, 현지인만 아는 맛집, 가볼 곳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런던에서 지내는 동안 이런 멋진 친구들 덕분에 제한적이었지만 안전히 이곳저곳 탐방을 할 수 있었다. 영국 정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셀프 코로나 검사 키트를 받아 매주 코로나 검사도 시행하였다.        


런던에서 2학기 수업은 어느덧 3/2를 넘긴 시점이라 이제 슬슬 논문의 주제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시점 이었다. 뭘 배웠다고 벌써 논문인가? 싶긴 했지만 앞으로 남은 학점들은 서서히 논문의 주제를 정하고, 그 과정에 집중하는 과목들만 남은 만큼 나도 미래 먹거리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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