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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tin M Oct 19. 2021

엄마의 귀환

나는 슈퍼우먼이 아니야  

7화. 엄마의 귀환  

귀국 시점은 정말 운이 좋았다. 런던-인천 구간 직항 재개 여부가 불투명 했으나 나의 귀국일 이틀 전 직항이 재개 되었다.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 하여 자가 격리를 2주간 실시하였는데 친정 부모님께서 시골에 할머니를 돌보러 간 사이 친정 빈 집에서 혼자 자가 격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아기가 너무나 보고 싶었지만 또다시 홀로 자가 격리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자가 격리 기간 중 나는 큰 산을 넘어야 했는데 바로 논문의 기초 과정인 문헌 조사 리포트를 2주 후에 제출 해야 했다.   


곧바로 리포트 작성에 착수 하였는데 시차 적응이 안되어 뒤죽박죽인 생활을 이어갔다. 졸리면 자고 깨어있는 시간은 내내 리포트 작성에 매달렸기 때문에 자가 격리가 지겹다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매일 아기와 아침 저녁으로 화상 통화, 매주 찾아오는 지도 교수님 과의 미팅, 오랜만에 다시 접하는 한국 컨텐츠 등 격리 기간이 매우 바쁘게 지나갔다. 매일 밤을 새다시피 하여 자가 격리 종료 이틀 전 석사 과정의 마지막 리포트를 제출 했다. 이제 긴 여행을 마치고 나도 집으로 돌아 갈 시간이었다.   


영국에서 머무는 사이 아기는 어린이집에 입학하여 신랑과 함께 조금씩 적응 시간을 늘려가고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매일 등원하진 못했지만 신랑이 단 몇 시간이라도 잠시 육아에서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 찾아 왔다. 엄마가 귀국했다는 사실에 남편은큰 안도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격리 종료 일이 주말이라 다행히 바로 가족 상봉을 했다. 차를 타고 온 아기는 나를 보자 어색한 듯 안기기를 거부했고 자꾸 아빠 뒤로 숨었다. 떨어져 있던 시간만큼 어색해져 버린 우리 사이를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바로 육아 전선에 투입되어 아기와 적응 시간을 가졌다. 떨어져 있는 시간 만큼 훌쩍 자라있는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지만 그만큼 나도 얻은 것이 있기에 앞으로 더욱 잘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본 남편은 나의 빈자리를 혼자 메꾸느라 갖은 고생을 한 것이 눈에 보였다. 몸도 마음도 지쳐 보였고 아기 엄마가 가정을 돌보지 않은 시간에 대한 원망과 질책도 같이 보였다. 남편은 내가 런던에 있는 시간 동안에도 내가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해 종종 '기어코 니가 원하는 대로 가서 좋니?' 라는 식의 말을 몇 번이나 했었다. 또한, 아빠 혼자 어린이집에 보내니 주변의 시선도 따갑고 위축되었으리라...아기 엄마인 나에게 지워 진 책임과 무게도 상당했지만 아빠 혼자라는 그림은 여러모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시 아버님께서 아프셨는데 독박 육아를 하느라 병문안을 가지 못한 점, 불안해지는 본인의 회사 내 입지 등 여러 가지 생각이 합쳐져 뾰족한 가시들이 돋쳐 있었다. 


나는 임신과 출산 육아 휴직 등을 거치며 커리어 우먼에서 몇 년의 시간을 두고 단계 별로 엄마로써 또 주 양육자로써 밟아 온 과정들 이었다. 신랑의 현재 몸과 마음의 상태가 너무나 이해가 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내가 거쳐왔던 과정을 당신도 부모로서 동등하게 겪는 것 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것을 희생이라고 말하고 회사로 돌아가겠다고 외친다면 내가 겪어온 과정은 무엇이며 회사를 간다고 해서 없어질 수 있는 일인가? 말이다. 이런 복잡한 감정 속에 전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육아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 그리고 너의 빈자리가 너무 크고 외로웠어. 이제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고 싶어' 였을 것이다. 육아 좀 좁다가 런던 가버린 애미 라고 쏘아붙이는 것 말고 말이다. 


나는 다시 주 양육자로 복귀하여 육아를 하려니 몸이 너무나 고단했다. 아이를 안아 올리는 일부터 놀고 재우고 씻기고 먹이는 일 등 하루 종일 전쟁을 치르고 나니 밤에 논문을 쓸 체력도, 의지도 없어졌다. 어린이집을 보내고 오전 10시-3시까지 내 시간을 어떻게 든 확보하기로 했다. 그러나 집안일을 돌보고, 급한 일을 해결하고, 논문까지 작성하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 짧았다. 


논문을 쓰는 과정은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 하고, 문헌을 찾아 읽고, 이해하고, 필드 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분석하고, 내 것으로 소화하고, 이에 대해 집필하는 단계들을 거치는데 연속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 필요 했다. 최종 제출 기한만 있을 뿐 온전히 자기 주도적인 진행 과정이다 보니 몸이 고되어 자꾸 미루게 되었다. 이렇게 주 양육자의 생활 패턴에 적응하다 보니 귀국 후 한 달의 시간이 훌쩍 흘러 가 버렸고 논문 제출 기한은 이제 6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껏 너무 잘 해왔는데 잘하고 싶은데 시간도 체력도 안되는 이 상황이 너무 아쉬웠다. 나는 슈퍼우먼도 아니었고 될 수도 없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될 것 같아 나는 단 몇 시간이라도 좋으니 아이 돌봄의 도움이 절실 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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