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에게는 안성 맞춤
3화. 줌이지만 학생은 학생이야.
정신없는 하루 일과를 보내고 저녁에 책상 앞에 앉는 것이 익숙해질 무렵 과 대표를 선출한 후 본격적으로 동기들 간 친목 활동이 시작되었다. 나는 애기 엄마에 늦깎이 학생이며 코로나 특수 상황으로 인해 비대면에, 유학생의 비율이 매우 적은 상황이라 과연 내가 친구를 만들 수 있을지? 긴장이 되었다. 처음에는 화상 채팅으로 낯선 이를 알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꾸 카메라 뒤로 숨고 싶었다. 그러나 코시국에 만난 20대 친구들은 이런 환경에 아주 빠르게 적응했다. 왓츠앱 SNS을 통하여 동기들과 그룹 채팅 방을 만들어 각자 소개와 개인 SNS 계정을 공유 했다.
영국, 아일랜드, 헝가리, 레바논, 독일, 미국, 인도, 한국, 중국, 대만 등 세계 각국에서 모인 동기들 중 가장 어린 친구가 갓 대학을 졸업한 22살 이었고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30대 후반인 나 였다. 30대 친구들도 몇몇 보였고 대부분 관련 분야에 경력을 가지고 있었고 또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어했기에 단번에 말이 통했다. 그 중 공감대 형성이 잘 되는 미국인, 인도인 여자 친구들과 셋이 친해지게 되어 생각보다 아주 순조롭게 출발했다. 학생도 소수이고 무엇보다 코시국에 용기를 내어 공부를 시작한 것 자체에 대해 전세계를 넘어선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코시국 학업에 대한 어려움, 아쉬움, 푸념, 응원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처음 몇 주간은 온라인 학업에 대하여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했다. 비 대면 수업을 진행하여야 했기에 학교 강의는 자체 사이트 내에서 듣고 워크샵은 줌을 통해 했다.
<코시국 비 대면 학습 환경의 장단점>
1. 수업 자료는 학교 온라인 게시판에 업로드 되어 자기 주도적인 예, 복습이 가능했다.
2. 매주 수업은 실시간 화상으로 진행되었고 실시간 채팅을 병행 하며 소통 했다.
3. 온라인 학습으로 인해 캠퍼스의 현장감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이 걸림돌 이나 오히려 수업 자료를 보고 미리 준비해 간 질문으로 깊고, 정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영어가 부족한 유학생들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 있었다.
4. 자국에서 공부 중인 동기들과 또 런던에 도착한 동기들 등 각국의 실시간 상황을 공유하며 흥미로운 토론을 진행 할 수 있었다.
4주차에 접어들자 전 과목 첫 과제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였는데 처음 마주하는 수천 자의 리포트의 압박은 우리 모두를 당황케 했다. 나는 관련 경력이 십 년 이상이었기에 주제에 대해 낯설지 않았는데, 세계 각국의 친구들이 왓츠앱을 통해 나에게 전화를 걸어 과제에 대해 궁금한 점을 수시로 물어보는 등 시차와 국가 간 장벽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런던 시간 기준으로 수업과 친목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시간 서울은 육아 퇴근 후라 집중 할 수 있었다. 전공 특성에 따라 모든 과제는 레포트와 에세이,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따라서 많은 양의 책과 저널, 뉴스 등 전자책으로 읽는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이 간절했다. 이렇게 서서히 나는 새로운 학업 환경에 익숙해 져 가고 학생 모드로 변환되어 갔다. 위 패턴에 적응하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수업이 종료된 후 밤 10시부터 과제 및 리서치 등으로 자정을 훌쩍 넘겨 새벽까지 시간을 보내기 일쑤 였다. 그러다보니, 다음날 육아에 지장이 컸고 신랑의 휴식 시간을 확보해주지 못해 온 가족이 들쑥날쑥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과제까지 겹쳐 이런 생활을 더욱 심각해졌고 결국 나는 밤잠을 줄여서 새벽 3-7시 까지 4시간을 자고, 낮잠으로 2시간을 보충하는 패턴이 되었다.
<영국시간에 맞춰 진 나의 학업 패턴>
1. 한국 시간 저녁 6시이후부터 밤 늦게까지 공부 시간이 육퇴 후라 편안했다.
2. 종이 책은 이제 안녕. 방대한 양의 전자책을 빠르게 읽는 습관을 들여야만 했다.
3. 수시로 동기들과 소통을 위해 줌, 노션, 구글문서, 왓츠앱 등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했다.
4. 전세계에 있는 동기들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아 시차로 인한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5. 새벽까지 이어진 과제로 밤낮이 바뀌어 수면 패턴을 잡기가 어려웠다.
당시 국내외 적으로 서서히 비 대면 학습으로 인해 불만족을 표출하며 학비 환불 등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러나 내가 겪어본 코시국의 영국 석사 학습은 그 나름의 장, 단점이 분명히 존재했다. 물론 유학이라는 것이 학습 뿐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언어, 생활을 익히러 가는 것 또한 중요한 목적이지만 결론적으로 코시국으로 인해 모두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를 감안한다면 두 살 아기 엄마이자 관련 경력을 보유한 나에게는 지금, 이 시국에 공부를 시작한 것이 분명 만족할만한 점도 크게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