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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복 Mar 27. 2023

월요일은 커피

아침마다 드립으로 커피를 내린다. 삶을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루틴을 충실히, 기꺼운 마음으로 해내간다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한다. 고로 아침형 인간이란 소리기도하고 시간을 절대로 허투루 쓰기 싫다는 의지와 어쩌다 삐그덕 거리는 여유를 즐기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이 서로 충돌하는 시간에 커피를 내린다. 토스트와 함께 먹고

식물을 본다. 재작년 2021년 9월에 식물 몇 개를 샀고, 그 중 두 개는 고이 보내드리고 남은 건 보라싸리와 호주 매화. 호주매화는 갈색으로 변해서 죽은 줄 알았더니 겨울이 꽃이 피었다. 보라싸리는 물과 햇빛 그리고 바람만 잘 주면 잘산다더니 비실거렸다. 보라색 그 맑고 청초한 꽃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올 해, 보라색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꽃이 피는 시기도, 시간도 모두 다르다. 같은 식물이라고 해서 같은 시기에 일제히 무언가를 해내지 않는다. 자신이 맡은 시간, 그 자신만의 시간안에서 각자의 방법과 노력으로 자신의 소명을 꿋꿋하게 해내가는 거다. 나는 뭘까? 돌처럼 내내 살고 싶다는 열렬한 소망과 나무와 꽃처럼 싱그럽고 화려하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희망을 마음속에 품었다 접었다 하다가 결국엔 끝은 늘 삶의 마지막을 떠올린다. 그래서 커피를 내린다. 그 검고 갈색의 어쩌다 베이지의 가루를 보다 보면 어쩌면 이 콩들처럼 가지각색의 마음과 모양들이 있는 나를 마시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럼 이내 마음이 조금 차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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