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은 항상 못한다고 하면서 잘한다

우간다에서 발견한 재능_똥손에서 금손으로

by 만다지
485850_278459722236879_816917609_n.jpg 2012년 복학하기 위해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 찾은 치왕갈라 마을에서 찍은 나의 모습. 아이들이 선물로 만들어준 바구니를 머리에 쓴 모습

10월 중순부터는 학예회를 앞두고 학교 선생님들과 아이들은 모두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마을 사람들과 학부모들을 초대한 가운데 춤과 노래, 연극을 선보이기 위해 모든 아이들은 매일 1시간씩 연습했다. 그 외에도 학예회 때 판매하여 수익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자 아이들은 바구니, 남자 아이들은 벌집(Beehive)을 만들었다. 선생님들 또한 아이들의 연습 내용과 공예품 제작 내용을 점검하고, 학예회 준비를 위한 회의를 계속했다.


매년 학예회에서는 아이들이 만든 바구니와 벌집을 마을 사람들과 학부모들에게 경매를 통해 판매하고 수익금은 학교 운영기금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교사회의에서 히로키는 비즈 공예품 제작을 건의하며, 자기가 캄팔라에 가서 재료를 구입해 올 테니 판매 수익금 발생 시 재료비를 환급해달라고 했다. 비즈 공예품은 학교 선생님들이 만들되 공예 방법은 마사카에서 근무하는 JICA 단원이 와서 교육해주기로 했다.


손으로 무언가 만들어보는 건 영 자신이 없던 나로서는 비즈 공예품은 또 어떻게 만들지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자이카 여성 봉사자는 “마다무, 스트링구 인사이도, 아웃사이도”하며 열심히 설명했지만 다들 낚싯줄 같은 투명한 끈이나 작은 비즈를 놓치기 일쑤였다. 첫날은 가장 기본적인 구슬 꿰기를 배우는 한편 목걸이, 팔찌, 반지, 귀걸이 등 다양한 비즈 공예품들을 보며 어떤 것을 만들지 결정했다. 반지는 너무 어렵고 귀걸이는 끈 외에도 다른 재료가 더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목걸이나 팔찌를 만들기로 했다.


손재주가 별로 없는데 이런 걸 잘 만들 자신이 없어서 머뭇거리는 나에게 Head Teacher는 “이건 모든 선생님들이 다 만들기로 돼 있어, 너 혼자 빠지려고 하면 안돼”라고 엄포를 놓는 통에 할 수없이 나도 적극적으로 배우고 만들 수밖에 없었다. 자이카 여성 봉사자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방문해서 제작 상황을 점검하고 잘못 만든 사람들의 물건을 고쳐주었다. 선생님들은 히로키와 여성 봉사자가 서로 사귀는 거 아닌지 의심하면서도 여성 봉사자가 더 아깝다는 반응이었다. 우간다에 파견된 자이카 단원 수가 워낙 많고 당시 마사카만 해도 20명 넘었으니,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연애사가 피고 질지 참 흥미로워 보이기도 했다.


무엇이든 시작은 어렵지만 한번 시작하면 깊게 빠져드는 특성을 지닌 나는 독창적인 디자인의 비즈 공예품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냥 지레짐작으로 집어 든 비즈도 꿰고 나면 나름 세련된 색상의 조합이 되어 있었고, 한국에서 팔아도 팔릴 것 같은 물건들이 만들어졌다. 히로키 또한 혼잣말로 “스고이~”라고 말하면 못 들은 척하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내가 만든 물건들을 본 Head Teacher는 “킴은 항상 못한다고 하면서 잘한다”라며 칭찬인지 모를 말을 했지만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아기(Agnes)가 “학예회 때 킴이 만든 걸 내가 살 거야”라고 하면, 시자(Caesar)는 “킴, 내 여자친구 것도 하나 만들어줘”라고 말해 뭔가 나의 실력을 인정받는 기분이기도 했다.


스스로 해본 적 없는 일은 도전조차 주저했던 나에게 비즈 공예는 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이었고, 작은 가능성이나마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에 대한 희열을 안겨주었다. 항상 내가 잘하는 일만 하는데 익숙하던 나였는데, 내가 못한다고 주저하는 건 사실 안 해본 것에 대한 두려움이 기저에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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