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시간에 백숙이 나왔다. 1인 1 닭다리 배식이다. 사르르 녹는 고소한 육전도 인기가 있었지만 뭐니 뭐니해도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닭다리다. 야들야들 보들보들 닭고기 최고를 외치며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희안한 광경을 보았다. 1학년 담임쌤 한 분이 숟가락을 들고 아이들 한명 한명 사이를 라운딩하고 계신거다. 도대체 뭘 하고 계신거에요?
오, 마이 갓. 스앵님께서는 닭의 뼈와 살을 분리하는 해체작업 중이셨다. 벌써 다 드셨나요, 아님 식사 시작도 안 하신거 아닙니까? 우째요. 1학년 아이들은 유치가 빠져서 윗니 두 개가 대문 열리듯 휑하다. 그래서 옥수수가 나와도 닭다리가 나와도 뜯고 먹는게 불가하다.
치킨 다리만 되어도 손으로 뼈를 잡고 어금니로 뜯겠지만, 백숙은 물에 빠진 고기라 손도 안 댄 아이들. 그래서 보다 못한 우리 쌤이 출동하신거다.
뜬금없지만요. 쌤 근데 피부가 정말 하야십니다. 아가들은 하루종일 놀이터 나가서 놀아서 엄청 탔는데요. 팔의 선명한 흑백대비 넘 웃겨요. 으히히. 우유빛깔 우리쌤! 닭다리 스물 두 개 발라 주시느라 고생하셨어요! 1학년 아가들, 너희들 담임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해,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