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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사가 나리 Mar 06. 2023

만약 내가 샌 안토니오 미술관장이 된다면

미래의 미술관장을 꿈꾸며 세워보는 계획

     내가 살고 있는 텍사스 샌 안토니오 시의 전체인구수는 241만 3천 명이다. 그중 아시안 인구수는 44,966명으로 전체의 2.9 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  아시안 인구수 중에서 한국인은 7,423명으로,  아시안 총인구의 16.5 퍼센트에 해당된다.

    

    중국인은 11,692명으로 아시안 인구수의 26 퍼센트, 일본인은 3,034명으로 6.7 퍼센트이다.  


  내가 도슨트를 하고 있는 샌 안토니오 미술관은 약 3200 여개의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중 아시안 미술품은 425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중 절반이 넘는 작품이 중국 것으로 중국의 미술품은 270개나 된다. 그리고 일본 작품이 60개, 우리나라 작품은 달랑 17개이다. 일본 인구수는 우리의 절반도 되지 않는데, 작품 수는 우리나라 작품 수의 3배가 넘는다.


   중국 컬렉션이 아시안 컬렉션의 과반을 넘는 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술관에서 중국 전시 갤러리는 한 층 전체에다 또 다른 한 층의 반 정도에 이른다. 볼 때마다 샘이 난다. 억울하면 출세하고, 다른 나라에 불만 있으면 선진국이 되어야 하나 부다.  물론 우리나라 컬렉션이 아예 없는 미국의 미술관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달랑 귀엽게 17개 전시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아니, 컬렉션 전시는 순환하면서 하고 있으니 17개도 안될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가면 세어 봐야지.



   2022년 9월부터 시작한 도슨트 우리 클래스에는 총 17명의 도슨트가 있는데 그중 아시안은 딱 3명이다. 한국인인 나, 한국출신 입양아인 미국인 제나, 아마도 미국에서 태어났던지 어릴 때 미국으로 온 것으로 생각되는 중국인 야핑, 이렇게 세 명이다.


   도슨트 교육을 맡고 있는 책임자 트립은 미국인이지만 아시안 컬처와 아시안 미술에 대해 매우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도슨트 클래스 오리엔테이션을 했던 첫날, 미술관 전체를 훑어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중국 갤러리에 들어서자 신이 난 듯 보이는 중국 여인 야핑은 중국의 찬란한 역사와 미술품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도슨트 매니저인 트립 또한 야핑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중국 미술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았다. 다른 미국인 도슨트들은 중국의 예술이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 느꼈을 것 같았고, 유리 진열장 한 칸에 쏙 안정적으로 들어가 있는 한국의 역사와 예술은 그에 비해 보잘것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샌 안토니오 미술관에는 주로 아시안 고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나는 현대미술사를 전공했기 때문에, 사실 한국의 옛 미술작품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한다. 내가 공부 한 대학원에서는 미술사 전공을 동양과 현대, 둘로 나눠서 모집한다. 나는 현대미술사 전공으로 입학하고, 공부하고, 논문을 써서 졸업을 했다.  서양미술은 선사시대부터 교과과정에 다루었기 때문에 서양의 옛날 미술은 잘 알고 있는 편이지만, 동양과 한국은 현대미술 밖에 공부하지 않았다. 서양에 대한 사대주의 정신이 결국 나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일까. 난 부끄럽지만 우리의 옛 미술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  샌 안토니오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조선 시대 도자기와 그릇들에 대해 나도 좀 잘난 척하면서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날, 나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나 외에 또 다른 한국인, 한국말은 한 마디도 못하는 한국 출신 입양아 제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녀는 영어가 모국어인 셈이라 유창한 영어로 말할 수 있었겠지만, 그녀는 그녀가 태어난 나라 한국과 한국의 미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에 그녀 역시 한 마디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제나를 만날 때마다  우리나라가 어린 그녀를 머나먼 미국 땅에 버렸다는 생각에 괜한 미안한 마음까지 들곤 한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만일 내가 샌 안토니오 미술관장이 된다면 무슨 일을 먼저 시작할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일단 미술관 전체에 아시안 컬렉션 수를 대폭 늘릴 것이다. 또한, 한국의 유수한 미술관, 갤러리 들과 연계하여 한국의 고미술품뿐 아니라 현대미술 작품을 사 모을 것이다. 샌 안토니오 미술관에는 현재 아시안 미술품들은 고미술품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현대, 동시대 아시안 작가들, 한국의 훌륭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미국에 소개하고 싶다. 그리고 아시안 미술 담당으로 하는 미모의 큐레이터를 뽑아서 아시안 미술품에 대한 자세한 연구와 함께 대대적인 아시안 미술 전시회 (특히, 한국 작가의 전시회)를 기획하고 실행해 나가도록 할 것이다.

      한국 미술품 컬렉션 수를 늘리는 동시에, 미술관 전체 전시 갤러리의 비중도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에 균등하게 배분하여 나눌 것이며 – 속마음  :한국 갤러리는 좀 더 크고, 훨씬 예쁘게 신경 써서 꾸밀 것이며 — 샌 안토니오 시민들과 타주에서 오는 미국인들에게 아시안 예술, 한국 미술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기회를 확대시킬 것이다.


    비록 샌 안토니오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 7400여 명 밖에 되지 않지만, 한국인 샌 안토니오 미술관장이 탄생한다면, 한국 역사와 문화, 예술의 우수함과 아름다움을 많은 미국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이곳에서 물리적인 숫자에서는 절대적 열세에 있는 한국인이지만, 한국 문화의 강력한 소프트 파워를 키우는 데, 미술관장이 되어 갑의 위치에 올라 선 내가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엄청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즈아!!!  샌 안토니오 미술관장이 되는 그날까지!!!


아!! 그전에 한국 고미술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 클래스 도슨트들에게 한국미술의 멋짐을 알려주는 게 우선이겠지?   공부해서 남 주는 미래의 미술관장, 이나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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