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에 대한 개인적인 고찰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는 늘 맛집을 검색한다.
미쉐린 가이드, 블로그 후기, 유튜브 추천 영상까지 섭렵하며 '꼭 가야 할 곳'리스트를 만든다.
나도 그랬다.
맛과 위생, 가격에 대해서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다고, 실패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싱가포르에서 꽤 유명한 미쉐린 빕구르망 식당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맛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줄 서서 기다릴 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Fish ball은 진하고 풍미로운 국물을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심심했고, Nasi Lemak은 흔히 먹을 수 있는 정석대로의 맛이었다.
합리적인 가격에 위생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굳이 미쉐린을 고집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저 하얀색 타이어 친구에게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걸지도 모른다.
태국에서도 미쉐린 식당 한두 군데를 방문했지만, 싱각포르에서의 경험을 뒤집을 만큼 인상적이진 않았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문득 제주도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제주에 살다 보면 '유명한 맛집'과 '내게 맛있는 집'이 자연스레 구분된다. 검색하면 나오는 핫한 맛집들은 늘 렌터카와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정작 내가 방문하는 단골집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와 비슷하게, 여행지에서도 유명세보다는
진짜 내게 맞는 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더 만족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 이후로는
'굳이 미쉐린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블로그의 추천을 참고하여 구글맵에서 현지 후기가 좋은 곳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마저도 점점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쯤, 그냥 길에서 만난 현지인들에게 추천을 받기 시작했다.
이름도 모르는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이름 모를 요리들은 가이드 북에 없는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경험들이 쌓인다.
꼭 가야 한다고 믿었던 곳에서 실망할 수도 있고, 우연히 발길 닿은 곳에서 잊지 못할 한 끼를 만날 수도 있다.
나에겐 그런 경험들이 모여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내 여행에서는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맛, 그리고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식도락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