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는 공작기계 전문기업 웹사이트 리뉴얼 착수 미팅이 잡힌 일정표를 다시 확인했다. 과거의 자신은 이 프로젝트를 형식적인 리뉴얼 수준으로 처리하려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고객은 만족하지 않았고, 결국 타 업체로 넘어갔었다. 이번에는 달라야 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다졌다.
“먼저 고객 니즈부터 재정리하자.”
김현우는 노트를 펴고, 과거 고객이 했던 불만과 요청 사항을 되짚었다.
공식적인 요구사항은 단순한 홈페이지 리뉴얼이었다. CMS도, 복잡한 기능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이 기업의 특성과 앞으로의 흐름을 고려하면, 단순한 개편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그는 기존 요구사항을 뛰어넘어, 제품 카탈로그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자체 CMS 구조를 제안하기로 결심했다.
단순한 디자인 리뉴얼이 아니라, 고객이 수많은 공작기계 제품을 쉽게 선택하고 비교할 수 있는 구조 선택형 탐색 기능을 설계했다. 기존처럼 단순 카테고리나 검색창에 의존하지 않고, 제품군, 성능, 기능, 사용 환경 등 다양한 조건을 기준으로 직관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 이 시스템은 단순함 속에서 획기적인 고객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핵심이 될 것이었다.
또한 그는 기업의 이미지 자체를 바꾸고 싶었다. 기존에는 낡고 보수적인 산업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 개편을 통해 반도체 기업처럼 세련되고 진보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공작기계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첨단 산업의 기반이자, 공간을 구성하는 멋진 인테리어 요소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인식을 고객에게 심어주고 싶었다. 홈페이지 디자인부터 콘텐츠 메시지까지, 전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그는 머릿속으로 2020년대 이후 웹사이트 트렌드를 떠올렸다. 반응형 웹, SEO 최적화, CMS 연동, 빠른 로딩 속도, 사용자 중심 정보 설계. 이 모든 요소를 어떻게 2015년 기술 환경에서 구현할지 전략을 구상했다.
“CMS는 기존 자체 개발 시스템을 이번 기회에 전면 업그레이드하자."
"공작기계처럼 전문성과 확장성이 중요한 기업에겐 워드프레스보다는 맞춤형 구조가 적합하니까. 과거엔 기능이 미흡했지만, 지금은 내가 알고 있는 미래 기술 기준으로 활용도 높은 구조로 재설계할 수 있어.”
개발자 오지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미래에서 그는 단순한 개발자에 머물지 않았다. CMS 시스템 고도화를 시작으로, 그는 웹 관제 시스템, 고객 대응 챗봇, 나아가 인공지능 기반 고객 분석 플랫폼까지 설계하며 김현우의 비전을 함께 실현해낸 핵심 동료였다. 결국 그는 스스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창안해내는 수준의 개발자로 성장했고,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인재가 되었다. 지금은 그저 조용한 사내 개발자 중 한 명일 뿐이지만, 김현우는 그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수 씨, 혹시 시간 괜찮으면 내일 이 프로젝트 미팅 같이 가줄 수 있을까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오지수는 눈을 깜빡였다. 과거의 김현우는 오지수를 그저 개발 자원으로만 다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접근하고 싶었다. 팀워크와 역량 개발, 그것이 조직을 바꾸는 시작이었다.
“아, 네. 물론입니다.”
오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현우는 그 작은 반응에서 희미한 희망을 느꼈다.
그리고 회의 당일.
회의실엔 고객사 담당자들과 마케팅 부장, 그리고 김현우와 오지수가 앉아 있었다. 김현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차분하게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이번 개편은 단순한 디자인 개선이 아니라, 고객 중심 정보 구조와 디지털 자산의 전략적 전환입니다. 특히 제품 비교 기능과 관리자 콘텐츠 편집 기능을 강화해, 고객 사용성과 내부 운영 효율을 동시에 잡겠습니다.”
고객사는 놀란 눈치였다. 단순한 홈페이지 수준을 예상했는데, 제안 내용은 전략적 접근에 가까웠다.
질문이 이어졌다.
"지금 홈페이지 개편을 요구하는건 알고 있는건가요?"
담당자는 생각했다 '우리 회사 중장기 성장 전략과 맞춤인데? 어떻게 알았지?'
"미래 성장성을 어떻게 예측한거지요?"
김현우는 모두 침착하게 대응했다. 오지수 역시 기술적 질문에 명쾌하게 답변했다.
"홈페이지 또한 기술적 웹사이트입니다. 사용자에게 첫번째 얼굴을 보여주는것이기에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는것이 맞습니다"
"보도자료와 기업의 성장방향, IR 자료등을 참고로 미래 성장전략을 유추했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 고객사 담당자는 말했다.
“이번에는 정말 기대됩니다. 지난번과는 다르네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상대평가인건 알고 계시지요? 경쟁사의 의견도 들어봐야 합니다"
김현우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작은 변화지만, 분명 첫 걸음을 잘 디뎠다. 첫 번째 사냥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진짜 승부는 다음 미팅, 전략 제안서 발표에서 시작될 것이다. 김현우는 자료 정리에 들어갔다. 이제부터는 이 프로젝트의 진짜 의미를 고객에게 설득해 보여줘야 했다. 전략적 컨셉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이번 사냥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