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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길

by 최은녕 라온나비

바람의 길


흰 서리 깃든 논바닥에

고단한 날개 접고,
벼 밑둥 헤치면서

숨은 이삭 찾아내니

검붉은 하늘 끝자락에

날갯짓 새겨진다


둥지 속에 깃들이는

작디작은 여린 숨결

노련한 깃 아래에서
푸른 빛이 번져가고

첫 비행 꿈꾸는 깃들

바람 속에 펼쳐지네


삼월 하늘 북쪽 길로

초록 바람이 열리고

붉은 해 스치는 둥지,

생명이 자라나니

이어진 청색 바람길에

날개로 하늘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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