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54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짐을 꾸리며

by 최은녕 Feb 24. 2025

짐을 꾸리며


박스 하나를 열었더니
필요할지도 몰라서 쌓아둔 것들
신발 한짝 잃어버린 인형, 

유효기간이 지난 화장품
잉크가 굳어버린 예쁜 볼펜이
나를 반긴다

     

작아진 고운 옷 한 벌,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입으리라 다짐했던
그 마음은 어디에 갔을까
책 한 권마다 스며든 먼지가

읽어달라며 손을 뻗는다     


아이들이 준 편지,
여행지에서 사온 기념품,
그땐 왜 그렇게 특별해 보였을까
날짜도 사라진 티켓 한 장이
추억을 붙잡으려는 듯 구겨져 있었다     


버리지 못하는 나는
지금도 이 박스 앞에서

추억과 현실 사이를 맴돌고 있다
하지만, 그리운 것은 많아도
정리된 것은 하나도 없다

이전 03화 첫눈의 방문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