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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하나를 열었더니
필요할지도 몰라서 쌓아둔 것들
신발 한짝 잃어버린 인형,
유효기간이 지난 화장품
잉크가 굳어버린 예쁜 볼펜이
나를 반긴다
작아진 고운 옷 한 벌,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입으리라 다짐했던
그 마음은 어디에 갔을까
책 한 권마다 스며든 먼지가
읽어달라며 손을 뻗는다
아이들이 준 편지,
여행지에서 사온 기념품,
그땐 왜 그렇게 특별해 보였을까
날짜도 사라진 티켓 한 장이
추억을 붙잡으려는 듯 구겨져 있었다
버리지 못하는 나는
지금도 이 박스 앞에서
추억과 현실 사이를 맴돌고 있다
하지만, 그리운 것은 많아도
정리된 것은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