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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HAS Oct 18. 2021

12년 직장생활에 남은 건 승모근(!?)

우리 몸은 마음과 달리 30년은 빨리 늙어가고 있다.



브런치에 아이디를 등록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데 어떻게 글을 시작할까 고민만 하다 지금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로 먼저 시작해 보면 좋을 것 같아  글을 써보기로 하였다.


12년간의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퇴직한 지 2년째가 되어가고 있다.  처음 퇴사하고자 맘을 먹은 건 2019년 고3이 되는 아들 뒷바라지를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었다. 


2019년 11월이면 고2 학생들의 2학기 기말고사가 있었는데 이게 고2 아이들에게는 엄청나게 중요한 시험이기도 하였고 엄마의 큰 서포트 없이 초, 중학교를 졸업한 아들이 못내 안쓰러웠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 30분가량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가기 위해 새벽 6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저녁 12시가 다 되어서 돌아오는 아들은 몸무게가 45kg를 넘기지 못했다.  

이런 아들을 보면서 학교생활 마지막 일 년을 직접 챙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10월에 사표를 내고 11월부터 퇴직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생각도 못하게 코로나가 발생되면서 고3 일 년을 집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하다 보니 이때는 직장 다니는 게 더 나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기도 했었다. 


고3과 일 년을 오로지 집에서만 보낸다는 것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느낌을 잘 모를 것이다. 

딱히 아이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온라인 수업하는데 거슬리는 소리 날까 눈치 보이게 되고 점심시간도 정확하게 시간 맞춰 주지 않으면 밥도 다 먹지 못하고 다시 수업을 해야 하니 당연히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아이와 일 년을 집에서만 보내는 게 익숙해지게 되었고  아직도 코로나는 끝나지 않아 대학생이 된 올해도 집에서 화상 강의를 듣고 있다. 

고3 아들 챙겨주느라 내 몸이 아픈지도 모르고 운동도 전혀 다니지 못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내 어깨와 명치를  짓누르는 압박감에 일상생활이 불편해져서 한의원을 가게 되었는데 뜻밖에도 양쪽 어깨에 돌덩이 두 개를 매달고 살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 사실 운동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점점 굳어진 내 몸뚱이들이 겨울날 앙상한 나무처럼 너무 뻣뻣하다는 걸 그때 알았다. 한의사 선생님이 어깨를 만져보시더니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나 보시네요' 한마디를 하셨는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했다.  

그렇게 침을 맞으러 다닌 지 5개월... 매일 씻을 때마다 자기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듯 몸집을 점점 더 불려 가던 내 어깨의 승모근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승모근이 사라지니 몸의 부기도 빠지기 시작하면서 몸무게도 조금씩 줄어들어 갔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저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테지만,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많은 이들은 그런 시간 자체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하다. 


5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야 할 만큼 내 승모근은 무척이나 단단하고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그렇게 하루하루 내 몸은 지쳐가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면서 나는 정말 무척이나 치열하게 내 청춘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나처럼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많은 직장인들이 있을 텐데 크게 마음먹고 지쳐 쓰러져 가고 있는 자기 몸을 위해 시간을 투자를 하라 말하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인생은 아직 반도 제대로 오지 않았는데 마음과 달리 몸은 이미 30년은 더 빨리 늙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100세 인생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니까 지금부터라도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이제는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귀찮지만 꾸준히 아침에 일어나 운동도 하고 있다.  









                                                                                                                                                    by sah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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