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HAS May 11. 2023

진짜 주인




산하보다 먼저 샤워를 끝낸 찬영은 늘 하던 문단속을 마치고 거실 등까지 소등을 한 후 안방으로 들어섰다. 

아직 샤워 중인 듯 산하가 방안에 보이지 않아 침대 옆 작은 조명 등만 켜 둔 채 침대에 올라 헤드에 몸을 기댄 채 누워있었다. 

잠시 후 산하가 욕실에서 나오는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찬영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잠시 바라보다가 헤드에 기대고 있던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은밀한 시선이 닿아 있는 곳은 은은하게 비치는 롱 원피스에 긴 머리카락을 찰랑이면서 욕실 문을 닫고 있는 그녀의 옆모습이 보였다. 


샤워를 마친 산하는 갈아입으려고 가지고 들어 간 잠옷을 바라보면서 입어야 할지 망설였다. 

손에 들린 잠옷은 크림 컬러의 뷔스티에 레이스 원피스로 안이 살짝 비치는 스타일로 평소 자주 입던 잠옷이지만 그와 같이 자는 날 입는다는 것이 왠지 쑥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잠시 고민하던 산하는 서둘러 잠옷을 입고는 조심스럽게 욕실 문을 열어 침대에 누워 있는 찬영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나와 문을 닫는데 긴 머리카락 사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말하지 않아도 어떤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깊고 그윽한 시선에 살짝 붉어진 얼굴로 다가오자 찬영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고는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았다. 자신을 끌어당기는 손길에 이끌려 산하는 침대에 다리를 걸친 채 그의 다리 위에 앉았다.  찬영은 잡은 손에 입을 맞추고 턱을 조심스럽게 잡아 자신과 눈이 마주치도록 얼굴을 돌렸다.  

붉어진 얼굴로 마주친 그는 정염 가득한 은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섹시한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과 어울리는 중 저음 목소리로 말했다.


"의도한 거는 아니지만 마음에 든 거 같아서 다행이에요"


어깨너머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던 찬영은 그녀 귀에 달콤한 말을 속삭였다.


"아주 마음에 들어요. 산하 씨랑 어울려서 더 마음에 들어요. 

공항이 발랄한 대학생이었다면 지금은 여신 같아요"


복숭아 빛으로 물든 얼굴과는 상반된 말간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은 지극히 자극적이었다. 손에서 시작된 찬영 입맞춤은 조금씩 위로 올라와 어깨를 지나 목덜미에는 흔적을 남기고 입술까지 점령했다. 찬영에게입술을 잡혀 짙은 입맞춤을 받던 산하는 그를 옆으로 바라보고 있어 내리누르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한쪽 어깨를 손으로 밀어내자 찬영이 몸을 뒤로 물렸다. 


"아.. 찬영 씨 힘을 버틸 수가 없어서.. 미안해요” 


산하가 미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겼다.


"아니에요, 내가 미안해요"


그녀가 일어날 수 있도록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자 산하는 침대 아래에 발을 딛고 일어섰다가 그의 어깨를 짚고는 침대 위로 올라서며 찬영을 마주보며 그의 다리 위에 살며시 내려앉으며 수줍게 웃었다. 


"이젠 괜찮을 거 같아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말을 하고는 팔을 올려 목을 감싸자 찬영이 환하게 웃으며 그녀 허리를 잡고 입술을 한입에 베어 물었다. 천천히 부드럽게 시작되었던 입맞춤이 은밀하고 농염하게 변하면서 호흡이 조금씩 거칠어지면서 서로의 체온도 끌어올렸다. 

입맞춤을 하면서도 찬영은 산하가 힘에 밀려 다치지 않도록 허리와 등을 받쳐 주었다. 

점점 짙어지는 입맞춤에 목에 둘렀던 팔을 내린 산하는 상의 안으로 손을 넣어 탄탄한 몸을 조심스럽게 만 기지 시작했다. 진득한 입맞춤에 몸까지 자극을 받기 시작하자 정신이 혼미해진 그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흘리는 신음소리를 들었는지 가슴과 등을 쓰다듬던 작은 손이 조금 더 아래쪽까지 내려갔다. 

스킨십에 조심스러웠던 여느 때와 달리 자신을 만지는 농염한 손길에 위험을 느낀 찬영은 제 몸을 만지고 있는 손목을 잡고 입맞춤도 멈추고는 그녀에게서 몸을 살짝 뒤로 물렸다.

그녀가 자신을 원한다면 어제든지 내어 줄 준비가 되어 있지만 서로를 갖는 것에 합의를 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그녀를 안아도 되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산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찬영과 눈을 맞춘 채 그의 상의를 벗겨 내고는 몸으로 시선을 옮겼다. 구릿빛 피부색과 어울리는 탄탄한 가슴을 눈으로 바라보면서 작은 손으로 천천히 쓸어내렸다. 


 “내거니까 마음대로 만져도 되는 거죠?”


제가 주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물음에 찬영은 웃으며 진짜 주인이니 원하는 만큼 만지라면서 상체를 훑는 시선에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대어 누웠다.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산하는 환하게 웃었다.  


산하가 가슴을 쓸어내리던 손을 멈추고는 배꼽 위에 입맞춤을 하자 찬영은 기다렸던 신호를 받은 듯 몸을 일으킨 후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그 위에 자리를 잡았다. 제 아래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얼굴은 활짝 핀 작약 꽃 향기를 뿜어내는 농염한 여인 그 자체였다. 

 

산하는 결혼을 한 후에 처음 잠자리를 가졌고, 찬영도 결혼을 한 후에야 잠자리를 가졌다. 산하는 준서를 출산을 하고 난 이후에는 남편과 잠자리를 갖지 않았고, 찬영 또한 진서를 임신했다는 확인을 한 이후로 금욕생활을 해 왔기에 결혼 전에 잠자리를 갖는 것은 두 사람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특별한 오늘이 좋은 기억이 될 수 있도록 서로에게만 온전히 집중했다. 마음속으로는 벌써 한 몸이 되었을 만큼 찬영은 욕망이 끓어 넘쳤지만 자신에 비해 많이 작고 연약한 산하를 위해 충분히 공을 들였다.


"산하야 아주 오랜만이라 거칠 수도 있으니까 힘들면 얘기해"


자신을 챙기는 나직한 목소리에 산하가 머리를 끄덕이자 찬영은 부드럽게 입맞춤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강건한 자신을 내밀한 곳으로 들였다.

처음 느껴지는 둔통에 산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찬영은 자신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녹진한 몸을 느끼면서 머리를 쓸어주고 얼굴과 입술, 목덜미에 자잘하게 입맞춤을 하면서 가장 깊은 곳까지 한 번에 밀고 들어갔다. 


"괜찮아?"


흐트러진 모습으로 안겨 있는 산하를 본 찬영이 애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물어오자 머리를 끄덕여 보이며 건조한 목소리로 짧게 답 했다. 


“응..”


자신을 바라보는 고혹적인 그녀 모습에 쇄골 아래에 표식을 남기고는 얼굴을 묻었다. 

그의 손과 입은 그녀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자극적이었고 자신에 의해 흐트러진 모습을 보는 것이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자극적이었다. 커다란 폭풍이 훑고 지나간 듯 두 사람 입에서 동시에 탄성이 흘렀고 땀으로 젖은 채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가뿐 숨을 몰아 쉬면서 자신 몸 위로 쓰러진 그녀를 찬영은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작은 조명 빛을 받아 땀에 젖어 반짝이는 피부도 열 감이 가라앉지 않아 뜨겁게 뱉어지는 숨소리도 자신의 타액으로 촉촉이 젖은 입술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청초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  


침대 아래로 흘러내린 이불을 끌어다 몸 위에 쓰러져 있는 그녀를 덮어 주고 얼굴에 붙은 젖은 머리카락들도 하나하나 정리해주면서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많이 힘들었어?"

"조금.."


품에 안긴 그녀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을 하자 찬영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물리고는 제 몸을 옆으로 돌려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고는 어깨와 목덜미에 자잘한 키스를 하면서 몸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면서 후희를 즐겼다.


"물 마실래요?"   


찬영이 주방에서 생수 병을 가지고 들어와 산하랑 같이 작은 생수를 단숨에 비워냈다. 

물을 다 마신 찬영은 그녀 입술을 혀로 핥아 닦아 주고는 함께 침대에 몸을 뉘이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 


"처음이라 천천히 하고 싶었는데 정신이 나갈 만큼 너무 좋아서 조절을 못했어요. 몸은 괜찮아요?"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괜찮아요"


산하가 웃으며 그를 바라보자 몸이 맞붙도록 끌어안고는 그녀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자신만큼 좋았다는 백 점짜리 답을 들은 찬영이 환한 미소를 띠며 품속에 있는 그녀를 더 꽉 끌어안자 산하는 가슴에 얼굴을 묻고는 몰려드는 잠에 빠져 들었다. 


찬영은 품 안에 잠들어 있는 산하를 바라보면서 스스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성에 눈은 뜬 이후로 지금까지 어떤 여자에게서도 성적인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여자 친구도 필요하지 않았고 당연히 소개팅 같은 것도 하지 않아 친구들은 그가 동성이 취향이 아니냐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결혼을 하고서도 아내에게 먼저 잠자리를 요구한 적도 없었기에 허니문 베이비로 진서가 생기지 않았다면 첫 결혼에서 자녀가 없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산하와는 모든 스킨십을 자신이 먼저 자연스럽게 시작했고 짙은 애정표현도 서슴없이 하곤 했다. 

이성에게 욕정을 느껴 결혼 전에 잠자리를 하는 것도 땀 흘리면서 몸을 탐하는 것도 몸을 끌어안고 체향을 느끼며 자는 것까지 산하와 하는 모든 것이 처음이면서도 기분 좋은 일들이었다.  

 

친구들이 늘 상 하던 말로 자신에게 딱 맞는 진짜 주인을 만난 듯했다.   

처음 자신을 품은 산하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속궁합으로 정신을 놓을 만큼 황홀한 천국을 느끼게 해 주었다. 지금까지도 자신을 설레게 했던 유일한 사람이었지만 이 시간 이후로는 평생 헤어 나오지 못할 것임을 알았다. 또한 그녀 외 에는 어떤 것도 제 심장을 뛰게 만들지도 못할 것이며 만족시키지도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이불 아래로 소담한 능선이 눈에 들어오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면서 음습한 기운이 다시 올라오고 있지만 황홀했던 첫날밤을 지키기 위해 이불을 끌어올려 목 아래까지 덮어 주었다. 품에 안고 자게 되면 몸에 반응이 오기에 편한 것은 아니지만 힘든 것을 감내할 만큼 그녀 체향을 맡으며 기분 좋게 잠이 드는 것이 좋았다. 


잠을 청하던 찬영은 좋은 시간을 보낸 것과는 상반되게 피임을 생각지 않고 너무 즐겼다는 것을 알았다. 

첫 잠자리가 성공될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진서가 허니문 베이비였기에 혹시나 하는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임신을 하게 되어도 자신과 산하 모두 환영하겠지만 회사 일에 재미를 붙인 그녀가 열 달을 품고 출산을 하게 되면 감수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준서와 진서가 있기에 그녀가 적극적으로 원하는 게 아니면 자녀를 더 낳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을 자책했다.










이 글은 제가 창작한 이야기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재미있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전 12화 자상함은 대를 이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