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보험 가입도 거절되는 집
등기부등본에 적혀있는 갑구, 을구, 소유권 이전 등.. "이게 다 뭔 말이야?" 싶었다. 그런데 '압류'는 뭔지 너무 잘 알겠어서 충격과 공포로 다가왔다. '왜 우리 집에 압류가 걸렸을까?' 집주인이 대답해 주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를 생각을 하며 그날 밤,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다음 날, 2년 전 계약했던 부동산에 연락했다. 그리고 어제의 일을 얘기하니 "아, 그거 집주인분이 세금을 2천만 원? 정도 안 내셔서 그런 거라 하더라고요~ 걱정 마세요. 금방 납부하신다고 했어요!"라는 희망찬 답변을 받았다. 휴, 정말 다행이다.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출근을 했다.
그런데 왜 자꾸 싸한 느낌이 계속해서 따라다니지? 뭔진 모르겠는데 찝찝하다. 퇴근을 하고 집 앞에 다다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옆 건물은 괜찮은가?'
내가 사는 건물은 쌍둥이 다가구 주택이다. 'XX빌라 A, XX빌라 B' 이런 식으로 두 건물이 나란히 붙어있다. 둘 다 같은 임대인의 건물이다. 갑자기 옆 건물의 속사정(?)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긴장되는 마음을 진정시킬 틈도 없이 '인터넷등기소' 어플을 다시 실행시켜 옆 건물의 주소를 검색했다. 그런데,
XX빌라 B [갑구] 임의경매개시결정 2023년 x월 x일 제 xxxx호...
내 눈을 의심했다. 옆 건물은 경매에 넘어간 것이다. 압류가 걸린 우리 집의 등기부등본을 볼 때 보다 더 충격이었다. 이후 혼자서 며칠을 끙끙 속앓이 하다 임대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XX빌라 A 305호 세입자입니다. 잠깐 통화 가능하실까요?
답이 오지 않았다. 또 보냈다. 역시나 무응답. 이번엔 전화를 걸어보았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우리 집은 압류, 옆 건물은 경매, 임대인은 연락 두절. 대환장 콜라보였다. 내가 그다음 했던 행동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쉽게 오픈 채팅방에서 1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중엔 상황이 더욱 심각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가입한 사람들로 보험금 반환 문의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나는, 보증보험도 들어있지 않았다. 계약 당시 부모님, 친구들 모두가 입을 모아 "보증보험 꼭 가입해!"라고 했었다. 실제로 가입하려고 했으나 '다가구주택'은 가입 기준이 까다로워 보증신청 가능 여부 심사에서 가입 불가 통보를 받았었다. 보증보험 거절되는 집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계약한 21년도의 '나'를 탓해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