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adable... (#5)
시간이 가도 잊을 수 없는
순간, 장소, 사람에 대한 기억
한참 육아로 지쳐 깊은 피로감에 빠져 있을 때, 5성급 호텔 뷔페 앞에 줄지어 놓인 승무원 캐리어를 보았다. 네임텍이 달린 캐리어 위에는 은은한 베이지색코트가 얌전히 걸려 있었다.
누가 봐도 어느 항공사인지 알만한 그 베이지색코트를 보면서, 코트 주머니 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도벽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가지고 달아나고 싶은 심정이었달까?..
내 찬란했던 20대, 그토록 원했던 직업을 가진 그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사는지 궁금했다. 그녀들의 옷을 훔치면 그들의 삶도, 꿈도 훔칠 수 있을 것만 같은 충동이 일던.. 왠지 속상한 마음에 집에 돌아와 잠을 설치던 내 30대의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