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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외모만 보고 판단하네

기대보다 못한 내 정체를 알고는 떠나가는

by 이보정 해피피치

Unfadable... (#9)⁣ ⁣


시간이 가도 잊을 수 없는

순간, 장소, 사람에 대한 기억



나는 유년 시절 내내 피부가 희고 키가 큰 편이었다. 부잣집 모범생처럼 보였는지, 신학기마다 반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관심을 받았다.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아이처럼 생각되었나 보다.


시간이 갈수록 기대보다 못한 내 정체를 알고는, 먼저 보인 관심과 애정을 거두고 떠나가는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상처를 받았다. 신학기마다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자, 아침마다 학교에 가는 게 죽도록 싫어졌다.


집에서는 귀염둥이 막내로, 학교에서는 먼지보다 못한 존재감으로 막 대해도 되는 은따로 이중생활을 했다. 어느 것이 진짜 내 모습인지 모를 정도로 나를 꽁꽁 싸매고 상처받지 않으려 애쓰며 지냈다. 아직도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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