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우주를 들어 올리는 일
Unfadable... (#11)
시간이 가도 잊을 수 없는
순간, 장소, 사람에 대한 기억
너무 엄격해서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없는 아빠.. 너무 걱정해서 솔직한 아픔을 나눌 수 없는 엄마.. 너무 다른 결의 냉탕과 온탕을 오갔던 어린 시절. 누구보다 귀여움 받았는데, 존중은 없던 시절.
누구도 나의 생각을 물어봐 주거나 나의 의사를 반영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오랜 시간 괴로워했다. 내 시간, 내 행동, 내 영역이 타인에 의해 조종당하는 느낌이랄까?
교만하게도 엄마가 되면 내 부모보다 더 잘할 줄 알았다. 고등교육도 받았고 경제 상황도 부모 세대보다 월등하니, 모든 게 술술 풀릴 줄 알았다.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우주를 들어 올리는 일!! 그만큼 어렵고 막중하다는 걸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이 젖 떼는 시기에 육아서에서 하라는 대로 아이에게 "이제 엄마 쭈쭈를 먹을 수 없어, 이제 젖병에 우유를 담아 먹는 거야"라고 했다. 일방적으로 젖 뗄 시기를 결정하고 행동하고, 슬퍼서 우는 아이를 안방에 들여다 놓고 울음이 그치면 나오라고 했다.
지금도 안방에서 울고 있던 아이의 통곡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엄마의 일방적인 통보와 격리가 얼마나 아이를 불안하게 했을까? 그놈의 육아서가 안 그래도 서툴던 나를 버려놓았다. 어설픈 지식은 오히려 나에게 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