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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희망이 있나요?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피가 쏟아졌다

by 이보정 해피피치

Unfadable... (#13)⁣


시간이 가도 잊을 수 없는

순간, 장소, 사람에 대한 기억



IIMF 직격타를 맞고 나자, 안 그래도 마땅치 않던 일자리가 줄줄이 사라졌다. 채용인원이 적어지거나 아예 채용 계획이 사라졌다. 겨우 3차 면접을 통과한 외국계 회사도 채용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무효화되었다.

스펙도 좋고 능력이 좋은 이들은 그 와중에도 좋은 곳을 꿰찼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승무원 면접을 준비하던 이미지로 무역회사에서 인턴을 시작했다. 중소기업치고는 꽤나 규모가 있었지만 그곳의 직원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 더 있다가는 나도 불행해질 것 같았다.

스트레스가 심해지자, 몸에도 이상이 나타났다. 보름 내내 하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피가 쏟아졌다. 내 정신으로 회사를 다닌 건지 아닌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살려면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한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다닌 지 6개월여 만에 힘들게 구한 첫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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