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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OR YES

차 키를 달라는 말에 냉큼 줘 버렸다

by 이보정 해피피치

Unfadable... (#12)⁣


시간이 가도 잊을 수 없는

순간, 장소, 사람에 대한 기억



자동차 벗겨진 곳을 도색해 주는 출장 서비스를 불렀다. 본격적인 작업을 하려면 우리 차를 더 넓은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그에 대한 정보라고는 자동차에 끼워진 명함 한 장이 다인데, 차 키를 달라는 말에 냉큼 줘 버렸다. 이럴 때만 반응속도가 로켓 수준이다.


내가 직접 운전하면 될 것을 차 키를 쉽사리 넘겨준 것이다. 그가 더 넓은 공간으로 우리 차를 몰고 가는 몇 분 동안, 차를 도난당하는 액션 영화가 연상되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결과적으로 우리 차는 그의 깔끔하고 정교한 작업으로 새것처럼 깔끔해졌다.


다시 볼 사이도 아닌데, 대부분의 상황에서 나는 YES라고 말한다. 마음속에서는 NO이면서도 쉽사리 솔직해지기 어렵다. 순종적인 태도가 사랑받는 문화권에서 자란 여성은, 보이스피싱에 더 잘 걸린다고 한다. 타인의 권위에 쉽게 위축되고 순종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서이다. 설사 미움받더라도 조금 더 당당하고 솔직한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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