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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너랑 친하고 싶었는데

나를 좋아하고 지켜보는 친구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by 이보정 해피피치

Unfadable... (#10)⁣


시간이 가도 잊을 수 없는

순간, 장소, 사람에 대한 기억



등교 자체가 죽기보다 싫었던 나, 거북이처럼 등껍질 속에 숨어 다녔던 나.. 하지만 항상 외롭게 지냈던 것은 아니다. 일 년이 끝나고 다음 학년을 올라가기 직전, 나와 한 번도 말을 섞지 않았던 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나 사실은 너랑 친하고 싶었는데.. 우리 다른 반이 되어도, 편지 주고받는 거 어때?" 나에게 맑은 물소리가 들린다던 오랜 펜팔 친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렇듯 우연히도 만들어진 기억에 남는 펜팔 친구가 네 명쯤 되었는데, 모두 각자 2~3년 이상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 편지묶음은 여전히 내 보물상자에 소중히 보관되어 있다.

생각해 보면 학기가 끝나거나 졸업을 할 때에 가끔 듣던 친구들의 수줍은 말.. "나 너랑 친하고 싶었는데.."


한없이 쪼그라들어 마음을 꽁꽁 싸매고 다닐 때에도 나를 좋아하고 지켜보는 친구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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