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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네가 생각났어

by 이보정 해피피치


Unfadable... (#8)⁣ ⁣


시간이 가도 잊을 수 없는

순간, 장소, 사람에 대한 기억



평소에 친하고 싶고 꽤나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지인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별일이 없어도 당장 달려갈 만큼 반가운 마음이었는데, 통화의 목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보고 싶은 게 아니라, 내가 필요해서 전화했다는 사실에 조금 서운해졌다.


어른이 되고부터는 목적없이 전화해주는 친구가 거의 없다. "그냥 네가 생각났어.." 라면서 전화를 걸어주는 친구가 있는가? 나에게는 1년에 두세 번, 이렇게 안부를 물어주는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 2학년에 만나, 50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내 인생 중요한 순간들을 모두 지켜본 친구. 공부는 잘하지만, 생활 머리는 아기 같아 손이 많이 가던 친구. 언젠가는 각자의 생활을 전화로 이야기하다가 울컥한 적이 있다.


"보고 싶다, 친구야.. 근데 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네 ㅠㅠ" 아이들 다 키워놓고, 함께 여행 가기로 한 약속이 꼭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P.S: 와우!! 함께 여행 가고 싶다는 바람이 2025년 올해 초 드디어 이루어졌다. 글을 써 둔 시점은 몇 년 전이었는데, 우리는 각자의 첫 아이가 수험생활을 마친 다음에야 둘만의 여행을 갈 수 있었다.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을 일단락하고 떠난 경주여행은 너무 좋았다. 누구를 돌보거나 신경 쓰지 않고 우리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던 시간이 한겨울 담요같이 포근하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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