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없이 전장에 나가는 병사처럼, 매일 벼랑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던
Unfadable... (19)
시간이 가도 잊을 수 없는
순간, 장소, 사람에 대한 기억
나의 초등 1학년, 1교시가 시작되기 전,
교과서와 함께 있어야 할 공책이 없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 학교는 준비물이 없는 아이를 벌주고 무안 주기 일쑤인 분위기였다. 공책이 없다고 헤헤거리며 선생님께 애교 부릴 성격도 못 되던 나는, 세상이 무너질 듯 엉엉 울며 집으로 달려갔다.
내 손을 잡고 따라오신 엄마는 교과서 안에 끼워놓은 공책을 빼 보이셨다. 국어 교과서 안에는 보이지 않던 국어 공책이 , 산수 교과서 안에는 산수 공책이 끼워져 있었다.
공책을 꺼내 보이던 엄마와 그걸 지켜보던 반 아이들, 그리고 무표정한 담임선생님.. 무거워진 분위기에 잔뜩 경직된 나.. 무기 없이 전장에 나가는 병사처럼, 매일 벼랑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던 학교생활.. 그럴수록 많은 다짐과 결심, 준비가 필요했다. 나에게 어린 시절은 늘 막막했고 힘들었고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Q. 당신은 새로운 일을 실행함에 있어 많은 준비가 필요한 사람인가요? 그 반대인가요?